중국,영국 열기구 영공통과 승인… 세계일주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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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국의 탐험가 리처드 브랜슨 (47) 등 3명의 열기구 지구횡단팀이 지난 18일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마라케시를 출발, 리비아.지중해.터키를 거쳐 23일 중국 상공을 순항 중이어서 열기구를 이용한 세계일주 신기록이 수립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만m 높이의 대기권 상공 제트기류를 이용, 시속 1백㎞로 동쪽으로 비행하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기상이변 등 큰 변수가 없는 한 지구횡단 신기록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닥쳤던 최대 고비는 중국 영공 통과. 중국은 이 열기구가 당초 노선을 벗어나 표류하다 비행금지구역으로 진입하자 착륙을 명령, 한때 긴장감이 조성됐으나 수시간 후 다시 변경된 경로를 허락했다.

여기엔 영국 정부의 관심이 큰 도움을 줬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 열기구팀의 중국 통과에 문제가 생기자 외교채널을 통해 이례적으로 협조를 부탁, "가능한 빨리 중국 영공을 벗어나라" 는 답변을 얻어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 상공을 거쳐 태평양에 들어선 뒤 미국과 대서양을 횡단하는 지루한 여행을 한 뒤 최종 목적지 영국에 새해 1월초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로코 출발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기도 했으며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공습하고 러시아와 이란이 영공통과를 거부하는 바람에 당초 예정했던 항로를 이탈한 채 22일 중국 영공에 불법 진입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 사이는 거리가 좁아 제트기류에 의지해 비행하는 열기구팀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까지 열기구를 이용한 세계일주 기록은 없다.

지난 2월에도 스위스 탐험대가 지구횡단에 나섰지만 10일만에 중국의 영공 통과 불허로 실패했다.

지난 8월엔 이번 탐험대원 중 한명인 스티브 포셋 (미국) 이 대서양과 인도양을 거치는 2만3천㎞를 비행, 현재까지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탐험대의 대장인 브랜슨은 전세계 음악전문 체인점인 '버진 메가스토어' 와 영국 제2의 항공 '버진 애틀랜틱 항공' 등을 거느린 거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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