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바둑계결산]상.이창호-조치훈 쌍두마차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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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98년 바둑계를 돌아보면 1, 2월의 차가운 IMF한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두달이 가도록 대국이 한판도 없는 기사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3월부터 각 기전들은 약간 규모를 줄인 상태에서 재가동을 시작했고 이창호9단과 조치훈9단이 토해내는 대형 뉴스에 힘입어 정상궤도로 진입하게 됐다.

이창호9단은 동양증권배와 후지쓰배에서 우승했고 삼성화재배에선 준결승에서 조치훈9단을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 있다.

LG배에서도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 조치훈9단은 일본에서 본인방10연패에 3년 연속 대삼관, 1천승 돌파 등 연속해 불멸의 기록을 세우며 일본 바둑계를 평정했다.

이창호9단과 쌍두마차처럼 질주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8시간 대국' 성사여부가 거듭 화제에 올랐다.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은 약간 슬럼프였고 서봉수9단은 침몰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최명훈6단은 예년과 비슷한 정도의 파워로 정상권을 위협했으며 수많은 신예강호 중에서 신인왕전 우승자 목진석4단과 신예프로10걸전 우승자 이성재5단이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李5단은 세계대회 8강에 두번 진출했고 睦4단은 53승으로 저단진으로는 최초로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여성으로는 보해컵 결승에 올라 1대2로 아쉽게 패한 주부기사 황염2단의 선전이 돋보였고 대만소녀 장정핑 (張正平) 이 국내 프로입단대회를 통과해 한국기원의 '외국인 입단1호' 가 됐다.

아마추어에선 김찬우 아마7단이 한국 기사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아마선수권에서 우승해 한을 풀어주었고 13세 소년 박영훈 아마7단은 국내 전국대회를 네번이나 석권하며 1인자로 발돋음했다.

바둑판 바깥의 뉴스로는 IMF한파로 인해 기전이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된 것, 한국 바둑의 대부 조남철9단이 제4회 운경상의 문화.언론부문의 수상자가 된 것등을 들 수 있다.

이제 연말이 되어 한국기원의 바둑지와 바둑TV.바둑주간지 등이 잇따라 98년 바둑계 10대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①이창호, 세계무대가 좁다 ②조치훈, 더이상 적수가 없는 일본땅 ③김찬우7단 세계아마선수권 첫 제패 ④반상에도 불어닥친 IMF 한파 ⑤이성재 국내외 기전서 맹위 ⑥이창호 - 최명훈 동갑내기 10번기 ⑦한국바둑 지방자치화시대 개막 ⑧외국인 입단1호 탄생 ⑨박영훈 아마대회 석권 ⑩주부기사 황염돌풍 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진로배 9연승을 거두어 연말 10대뉴스의 두번째를 차지했던 서봉수의 몰락과 목진석의 최다승이 빠져 전체의 흐름이 읽혀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바둑TV 역시 이창호의 독주를 첫번째에 놓았으나 2위엔 IMF한파, 3위엔 조치훈의 순이었다.

또 목진석과 이성재를 하나로 묶어 5위에 선정했고 이창호 - 최명훈의 도전기 대신 조남철9단의 운경상 수상을 넣었다.

주간지 바둑361은 조치훈을 1위로 올리고 4년 연속 MVP를 차지한 최강자 이창호를 여섯번째로 홀대하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98년의 세밑에서 바라볼 때 올해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창호의 해였으며 세계의 뭇 고수와 바둑지망생들의 목표가 이창호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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