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턴]스캔들 정계거물들 사퇴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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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밥 리빙스턴 미 하원의장 내정자가 19일 의장직 포기와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유탄' 을 맞은 미 정계인사가 또 한명 늘었다.

리빙스턴은 결혼생활에서의 '탈선' 을 솔직히 시인.사과하고 물러날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클린턴 탄핵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비교적 동정받는 분위기다.

오히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성추문 및 탄핵사태를 '성 (性) 매카시즘' 으로 해석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서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리빙스턴 은퇴에 대해 "청교도적인 순결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의원은 없을 것이다.

똑같은 잣대를 갖다 대면 정부 청사도 텅 비게 될 것" 이라고 개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머스 만은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오늘처럼 수치스럽고 그들의 행동이 이처럼 슬펐던 적은 없었다" 고 말했다.

리빙스턴은 공화당의 불모지이던 루이지애나주에서 77년 처음 당선된 후 지금까지 평균득표율 86%를 유지하면서 11선을 기록해온 거물이다.

공교롭게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탄핵정국의 희생자가 된 뉴트 깅그리치 전하원의장과 함께 한국인 태권도사범 이준구 (65) 씨 문하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올 하반기 하원 세출위원장으로 연방정부 예산을 혹독하게 삭감했고 대북 중유공급비용에도 제동을 걸었다.

섹스 스캔들에 당한 미 정치인은 클린턴을 비롯해 88년 대선후보를 사퇴한 게리 하트 전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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