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1년 기념식서 나온 '내각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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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통령]

요새 내각책임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약속은 그대로 살아있다.

동시에 여권 내에서 경제가 어려운 중대시기에 시기조절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여기 (내각제 추진문제)에 대해선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

김종필 국무총리와 내가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으로서 결자해지 (結者解之) 차원에서 우리 둘이 머지않아 얘기할 것이다.

박태준 총재와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등 여러분과도 상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얘기할) 때가 아니다.

국회에 많은 문제가 있고 청문회도 남아있다.

양당 사이에 이런 문제들 때문에 쓸데없이 간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마치 누구는 안하려 하고 누구는 하려고 하는 인상을 언론에 심어줘 부지불식간에 국민을 걱정하게 하고 의원들간에 의심하게 만들면 안된다.

이 김대중이는 당당하게 나라를 위해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며 살아왔다.

친구 사이에 내가 먼저 의리를 배반한 적은 한번도 없다.

金총리와 무릎을 맞대고 여러분이 걱정하는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김종필 총리]

개인적 욕망을 버린 지 오래다.

이런 차원에서 말하겠다.

반세기 헌정사의 영고성쇠 (榮枯盛衰) 를 온몸으로 지켜보고 겪었다.

우리의 역대 정권들이 어떻게 해서 불행한 종말을 맞았는가도 두 눈으로 보았다.

우리는 1년 전 한국 정치의 체제개혁을 위한 맹약을 했고 이것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역사 앞에 담보했다.

그 바탕 위에 어렵게 승리했다.

우리의 승리는 승리이기 이전에 국민과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우리의 약속이며 부채다.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이며 이것을 잃으면 존재할 수 없다.

우리 헌정사가 대통령들의 불행사가 되고 정권들이 허망하게 끝나게 된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순리를 어긴 것이고, 또 하나는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책임과 소명으로 가득해야 한다.

신의가 무엇보다 존중되는 한국 정치체제의 새로운 토양을 창조하자. 명실상부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내리고, 또 아름답게 꽃필 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개혁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면서 나라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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