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주대공포 리콜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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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7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자주대공포 '비호'가 실전배치를 앞두고 포신의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생산업체가 리콜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산무기가 리콜 서비스를 받는 것은 첫 사례다.

국방부 관계자는 9일 "올해부터 실전배치될 구경 30㎜ 비호를 지난 2월 말 마지막 품질시험한 결과 포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 발견됐다"면서 "이에 따라 생산업체인 통일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가 올해와 내년 생산되는 30여대를 모두 리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호는 3㎞ 이내 상공의 항공기를 레이더로 자동 추적, 요격하는 대공포로 장갑차 위에 쌍열포가 달려있는 형태다. 1982년 개발이 시작된 비호는 모두 2조1000여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2016년까지 400대가량 생산,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기계화부대와 수도권에 주로 배치되며 대당 48억4600만원이다.

이 관계자는 "비호 첫 생산분을 올해 실전배치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치는 품질평가시험에서 3000발의 사격을 실시했으나 2800여발부터 포탄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비호에 대한 국방품질관리소의 품질기준은 '스위스 리듬' 이란 악조건 아래 3000발을 사격해도 표준 성능이 유지돼야 한다. 스위스 리듬은 400여발 연속 사격한 뒤 하루 동안 포신을 냉각시키고 다시 사격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한번에 20여발씩 사격한다.

그러나 품질평가시험 결과, 사격 중 비호 포신 속의 강선이 기준보다 빨리 닳았으며 이 때문에 포탄의 회전력이 감소, 똑바로 날아가지 않았다. 포신 안의 강선이 마모돼 회전력이 약해지면 포탄이 공기 저항 때문에 수평으로 날아가지 않고 수직으로 선 채 날아가는 '요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관계자는 "포신 안쪽이 표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강선이 제 강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품질 기준에 맞도록 개선하기 위해 6개월~1년의 개선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산업체는 현재 생산된 비호를 일단 실전배치한 뒤, 개선된 포신으로 다시 교체하는 방식으로 리콜해줄 계획이다.

◇비호는=유사시 북한 항공기를 고성능 레이더와 열추적 장치를 통해 요격하는 신형 대공포다. 장갑차에 장착된 열추적장치와 탄도계산 컴퓨터의 도움으로 공중 표적을 17㎞ 거리에서 자동 탐지한 뒤 유효사거리 3㎞ 이내에서 구경 30㎜의 포탄을 발사, 격추하는 무기로 국내 자체 개발됐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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