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중단] “어…” 시민들 허탈한 표정…MB “전화위복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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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립과천과학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서 나로호 발사 장면을 기다리던 어린이들이 발사 중지 방송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발사 7분56초를 남겨두고 카운트다운이 중지되자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사가 여섯 차례나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카운트다운이라 시민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직장인 박재현(38)씨는 “나로호 발사가 예정대로 성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허탈해했다. 지난 7~8년 동안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건설과 나로호 개발, 성능 시험 등에 매달렸던 한·러 연구진도 다소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원인 분석에 분주했다.

들뜬 표정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를 지켜보던 국민은 갑자기 ‘발사 중지’라는 자막이 나오자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 기술상의 문제로 발사가 중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발사가 계속 연기되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발사가 중단된 것을 보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고생한 연구진에게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발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해군 4300t급 ‘비루봉호’와 ‘고준봉호’ 두 척은 19일 오전 관람객 300여 명을 태워 남해의 안전한 곳으로 가 발사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록 했으나, 발사 중지 결정이 내려지자 함상 위 관람객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실 옆 관람대에 자리한 한승수 국무총리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갑작스러운 발사 중지 조치에 당황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늘 내로 발사가 어렵다”는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설명이 있자 용기를 잃지 말라는 취지에서 일부 인사가 박수를 쳤으나 한 총리와 안 장관은 아무런 표정 없이 서둘러 관람대를 빠져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나로호 발사 연기와 관련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나로호 발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관계자들을 격려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함께 나로호 발사가 중단되는 광경을 TV로 지켜본 뒤 오후 5시40분쯤 안병만 교육과기부 장관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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