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꼿 후폭풍 … 대만 마잉주 총통 정치적 위기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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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난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 8일 대만을 강타한 모라꼿으로 발생한 초대형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지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2007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쳐 1500여 명이 희생된 직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이때부터 부시의 정치적 지도력이 상당히 추락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대만에선 모라꼿으로 19일 현재 136명이 숨졌으나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5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당인 민진당은 태풍 피해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를 이유로 마 총통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산사태로 마을 주민 300여 명이 아직도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샤오린(小林) 마을 등 피해가 컸던 남부지방에서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수일째 “정부의 늑장대처로 피해가 커졌다”며 “마 총통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직 여론조사는 실시되지 않았지만 연합보는 이번 태풍피해 이후 정부 지지율은 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마 총통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엄청난 태풍 피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사퇴보다는 총통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다시는 이 같은 대형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또 “자연도 우리의 적”이라며 “앞으로 군대의 주요 임무에 재난방지와 구조활동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군과 경찰의 재난구호 활동을 총괄하는 재난예방 및 구호청도 만들 계획이다. 10월 10일 국경일 행사도 모두 취소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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