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고령 해녀 전용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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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주 연안에 고령의 해녀를 위한 전용어장인 이른바 ‘할망 바당’(할머니 바다)이 확대 조성된다.

제주도는 고령의 잠수어업인들이 깊은 바다에서 조업하다 숨지는 사고가 잦아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제주시 구좌읍 김녕마을어장에 고령 해녀 전용어장을 처음으로 만든 데 이어 올해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등 2곳에 이 어장을 조성한다고 19일 밝혔다.

도는 해안에서 가깝고 수심이 10m에 못 미치는 특정구역을 전용어장으로 선정한다. 소라와 전복 등 패조류가 잘 붙는 방갈로형의 인공어초 50개씩을 설치하고, 어장마다 1300여㎡ 면적에 미역과 톳·우뭇가사리 등의 해조류가 붙어 살 수 있는 0.3∼0.5t 정도의 자연석을 바다 안에 던져 넣을 방침이다.

전용어장에는 홍해삼과 오분자기 등의 종묘도 방류, 자원증식에 나선다. 어장 내 조업은 어촌계가 자율적으로 고령해녀만 조업토록 유도, 젊은 해녀들의 입어는 통제하게 된다.

해녀의 본고장인 제주에서는 젊은 층의 물질 기피현상으로 해녀 수가 줄고 있는데다 고령화 현상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1만여명이던 해녀가 지난해 말 5244명으로 줄었고, 이들 중에서도 70세 이상인 고령자가 전체의 35.4%인 1858명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2004년부터 올 8월 현재까지 5년 여간 물질작업을 하다가 숨진 27명의 해녀 가운데 68%(15명)가 70세 이상의 고령자로 파악돼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고령 해녀의 잦은 사고는 근면성이 몸에 밴 고령 해녀들이 얕은 바다의 해산물이 줄자 수심이 깊은 곳으로 물질에 나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종만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할망 바당은 어촌계의 자율적인 어장관리 의지가 강하고, 나이 많은 잠수어업인의 수가 많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조업해녀들의 안전 효과와 소득 등을 분석해 다른 어촌계로 전용어장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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