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중국과 다른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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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가 중국 왕조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중국 고지도 6점이 공개됐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는 9일 중국 남송(南宋.1127~1279년) 때 제작된 우공구주금주도(禹貢九州今州圖.1209년)와 고금화이구역총요도(古今華夷區域總要圖.1185년), 청(淸.1616~1912년) 때 만들어진 동남양각국연초도(東南洋各國沿草圖.1852년) 등을 공개했다.


우공구주금주도는 전국시대부터 원(元.1206~1368년)나라 초기 때까지 중국과 변방지역의 왕조 이름을 기록한 것으로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는 (고)조선.고려.동이.백제.신라 등의 명칭을 적어놓았다. 김 교수는 "중국 역사서와 지도는 종종 '고구려' 대신 '고려'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면서 "역대 중국 지도의 특성상 중국 왕조는 중국 본토에 표기해 왔지만 고려(고구려)는 압록강 부근에 표기돼 있어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가 아님을 밝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동남양각국연초도는 지도 제작 당시인 청나라 때 존재한 국가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존재하지 않은 옛 국가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표기하고 있다.

이 지도에선 '조선'은 흰 바탕에 검은 글자로, '고려.신라.백제'는 검은 바탕에 흰 글자로 표기돼 있다. 즉 고려(고구려).신라.백제 3국 시대를 중국과는 별도의 역사로 다루고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은 최근 역사왜곡을 통해 고려의 고구려 계승을 부정했지만 지도에서 고구려는 없고 고려만 표기된 점은 중국 역대 왕조들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고금화이구역총요도와 지리도, 동진단지리도(東震旦地理圖.1260~64년 제작 추정) 등 세 지도에서는 한반도 일대의 국가를 '고려.신라.백제', '고려.신라.여진.발해', '고려.백제.신라.옥저'로 각각 표기해 놓고 있다. 고금화이구역총요도는 중국이 아닌 변방의 '오랑캐 나라'들을 포함해 그린 지도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신.구 당서(唐書) 등 중국의 옛 문헌에도 '동이의 나라'라는 표현이 있는 등 고구려는 우리 역사에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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