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D-3] 아테네는 아직도 공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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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저러다 사고 나겠네…."

한국 사격 대표팀 변경수 감독은 혀를 찼다. 사격 경기가 열릴 아테네의 마르코풀로 올림픽 슈팅센터에 설치 중인 관중석을 바라보면서다. 클레이 사격장 옆에서 인부들이 철제 구조물을 이용한 임시 스탠드를 쌓고 있다. "구조물을 지탱할 지지대가 충분하지 않아요. 관중이 몰리거나 갑자기 움직일 경우엔 위태로워 보이네요." 변 감독의 걱정이다. 공기소총 사격장 입구 계단에 깔린 타일바닥에는 시멘트 반죽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다. 인부들이 이를 걷어내는 통에 시멘트 먼지가 풀풀 날린다. "고작 나흘밖에 안 남았는데…." 코를 틀어막고 박 감독 일행은 중얼거렸다.

▶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올림픽 경기장에서 인부들이 9일(한국시간) 큰 물레 모양의 성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아테네=최승식 기자]

▶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에서 한 인부가 9일 마무리 공사를 위해 모르타르를 반죽하고 있다. [아테네 AP=연합]

올림픽 개막(13일) 나흘 전인 9일 그리스 아테네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2000년 5월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에게서 지지부진한 준비 때문에 올림픽 개최권 박탈 경고까지 받았던 아테네다. 역시 여러 번 지적했던 자크 로게 후임 위원장은 지난 4일 아테네를 둘러본 뒤에야 "준비가 끝났다"고 안심시켰다. 그의 말마따나 각 경기장과 선수촌.미디어센터 등 주요 시설은 외관상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아직…"이라는 의문표를 떼기가 아무래도 부족하다. 건물 도색이나 보도 블록 설치 같은 작업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마라톤 평원의 마라톤 코스. 지난달 초 중앙일보 취재진이 현장을 답사했을 때 한창이던 왕복 4차로 확장 공사는 끝났다. 하지만 인도의 보도 블록은 거의 깔리지 않아 맨땅 상태다. 치우지 못한 흙더미도 그대로 쌓여 있다.

"여름에는 비가 안 온다. 도로변에 맨땅이 있어도 흙이 흘러내릴 걱정이 없다. 선수들이 뛸 도로만 포장돼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도로변 상점 주인은 무슨 상관이냐는 투다.

지난달 주경기장 지붕 공사가 늦어지는 것을 지적한 본지 취재팀에게 "지붕이 없다고 달리기를 못하느냐"던 택시 운전사의 반응과 같다. 주경기장 완공 예정 시기는 4월이었다. 남유럽 사람들 특유의 느긋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일정에 맞추느라 급히 공사한 티도 자주 눈에 띈다. 각국 선수들의 보금자리인 올림픽 선수촌이 대표적이다.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일부 숙소는 배수가 안 된다. 그래서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 거실로 넘치기까지 한다. 바닥 표면보다 낮아야 할 물 빠지는 구멍이 오히려 참외 배꼽처럼 솟아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맞춰 개통한 아테네시의 경전철도 미완성이다. 주요 경기장을 지나는 경전철이 지난 4일 운행을 시작했지만 당초 목표했던 8분 배차간격을 도저히 맞추지 못하고 있다.

아테네=특별취재팀 <jmoo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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