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논란 김총리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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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이 '내각제 수호' 를 위한 일대 공세에 나섰다.

최근 자기당 최고고문인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각제는 16대 총선 이후 정치판도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여기저기서 국민회의와 약속된 것과 다른 내각제 회의론 (懷疑論) 이 대두되자 역공을 펴고 나선 것이다.

15일 무대는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연수대회장.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예고없이 불쑥 대회장에 나타났다.

金총리는 "내각제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많은데 우리는 초지일관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고 강조한 뒤 "만일 안되면 그 때 우리 의지를 밝히면 된다" 고 강조했다.

金총리는 작심한 듯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참을 때까지 참는 게 지성 (知性) 이지만 그래도 안되면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우리도 성질이 있으니까" 라고 덧붙였다.

거의 노골적인 위협이자 공동정부 출범 이후 金총리가 행한 내각제 발언 가운데 가장 강도가 센 것이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 같다.

金총리는 매서운 경고도 던졌다.

그는 "요즘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좋지 않다.

입이라고 다 말하는 게 아니다" 고 했다.

그러면서도 金총리는 청와대를 의식한 듯 막판에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해 애를 많이 썼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

우리가 선택을 잘했다" 며 슬그머니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당 내각제 추진위원장인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더 직설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 (국민회의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의를 저버리는 우당 (友黨) 이 돼서는 안되며 반드시 이를 지키리라 믿는다" 면서도 "약속은 지키게 만들어야지 지키기를 바라기만 해선 안된다" 고 당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내년말까지로 돼 있는 개헌시한 엄수를 재차 역설한 뒤 "나는 합의한 데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 며 서슬을 세웠다.

그는 "약속을 지키게 만들어야지 지키기를 바라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며 국민회의측을 압박할 나름대로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金부총재는 "최근 야당 중진 정치인 (김윤환 의원) 과 우리 당 최고고문 (朴국회의장) 이 대통령 임기말 개헌을 의미하는 발언을 했는데 국회의장은 되도록 신중하지 못한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 며 "그런 언사, 그런 행동을 간헐적으로 내비치는 사람들에게 엄중 경고한다" 고까지 했다.

주로 뒤켠에서 이뤄지던 미묘한 기세싸움이 정치판 한가운데로 옮겨져 서서히 열을 뿜는 형국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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