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조절 안될땐 인슐린 펌프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완치 대신 조절을 치료의 목표로 삼아야하는 질환이 바로 당뇨다. 평소 혈당을 잘 관리하면 평생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혈당조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초기엔 식사와 운동 등 생활요법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이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한다. 인슐린 주사는 혈당조절을 위한 최후의 해결사. 경구혈당강하제로 충분하지 않은 당뇨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인슐린 주사로도 혈당이 들쭉날쭉 조절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췌장이식이란 방법이 있긴 하나 이것은 기증장기가 턱없이 부족하고 성공률도 매우 낮아 아직은 비현실적인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이때 인슐린 펌프와 리스프로 인슐린을 권한다. 인슐린 펌프란 환자의 복부에 꽂혀있는 가느다란 도관을 통해 외부에서 인슐린을 시간에 맞춰 일정한 양을 주입시켜 주는 장치.

서울대병원 내과 박경수(朴慶秀) 교수는 "밤에 저혈당이 오고 아침에 고혈당을 보이는 등 기존 방법으로 혈당조절이 어려운 경우에 인슐린 펌프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4~5백만원의 외국 제품만 있었으나 최근 2백만원 안팎의 국산제품도 두 종류가 개발돼 시판 중이므로 경제적 부담도 훨씬 줄어 들었다는 것. 최근 외국에서 개발되어 국내시판이 허용된 리스프로 인슐린도 알아두면 좋다.

인슐린의 분자구조를 바꿔 주사하자마자 바로 체내에 흡수되는 리스프로 인슐린은 식사 후 주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지금까지 인슐린은 식사 30분 전에 주사했어야 했으나 리스프로 인슐린은 식후 15분 이내까지만 주사하면 된다.

朴교수는 "리스프로 인슐린의 등장으로 당뇨환자들은 식사를 먼저 즐긴 뒤 식사량에 맞춰 주사량을 조절해주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주사에 식사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식사에 인슐린 주사량을 맞출 수 있게 됐다는 것. 따라서 리스프로 인슐린은 사업 등 외부활동이 잦은 당뇨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朴교수는 16일 오후 3시부터 서울대병원 소아 제1강의실에서 당뇨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리스프로 인슐린 등 당뇨병 최신 치료법에 대해 강연한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