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강한 상장사들 회복 눈부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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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기업들의 맷집이 확실히 강해졌다.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데다 반등 속도도 빠르다. 유통 부문의 경우 금융위기 발발 이후 3개월 만에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그룹 한 임원의 말이다. 롯데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하는 등 10대 그룹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룹별·업종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장사들은 빠르게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2분기에 보여준 상장사들의 회복력은 눈부셨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104.8%, 순이익은 746.26% 급증했다. 반면 매출 증가세는 5.05%로 다소 밋밋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의 비율은 6.23%로 1분기보다 3.03%포인트 증가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면 30원가량을 더 남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금융(892.99%), 서비스(77.58%)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철강금속·전기전자 등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1분기에 적자를 냈던 175개사 중 106개사가 흑자로 돌아섰다.

그룹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전 분기 대비 LG(304.26%)와 현대차(241.54%), 삼성(232.71%) 그룹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포스코(-58.63%), SK(-35.30%)는 부진했다. 한진그룹은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회복세는 뚜렷했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2.06%), 영업이익(-31.38%), 순이익(-2.64%) 등이 모두 쪼그라든 상태다. 상반기 전체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36조6545억원에서 올해 19조 8933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도 선전했다. 2분기 매출액은 이전 분기보다 11.89%, 영업이익과 순이익은은 각각 17.66%와 147.41%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과 순이익도 지난해 대비 3.21, 107.98% 증가했다. 코스닥시장본부 정미영 공시총괄팀장은 “원화가치 안정으로 키코(KIKO) 등 파생상품에서 본 손실이 이익으로 바뀌면서 영업외 이익이 특히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변수도 많다는 지적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의 실적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경기 회복과 함께 원자재 값이 들썩일 우려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상반기에는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여 이익을 지켰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면서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늘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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