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씨 체포 파장]살어음 깔린 연말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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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검찰의 이회성 (李會晟) 씨 긴급체포는 정치권에 격랑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로 가뜩이나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뒤틀린 여야관계가 더욱 험악하게 됐다.

국회 계류 중인 주요 현안들의 제때 처리가 모두 불투명해졌고, 연말.연초의 정국 경색은 물론 향후 정치권 흐름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李씨를 연행한 것은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을 공중분해시키기 위한 계획된 각본" 이라고 반발했다.

안상수 (安商守) 전 대변인 등 한나라당 내 변호사출신 인사 10명으로 급히 구성된 변호인단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함께 조사하자" 는 얘기를 다시 들고 나왔다.

"金대통령 가족은 자금모금 사실이 없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는 맞불성격의 주장까지 제기됐다.

사건을 대선자금 공방으로 다시 비약시킬 태세다.

여권은 "당연한 법절차" 정도로 반응을 삼갔다.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현안 때문에 난처해졌다는 표정도 비쳤다.

1백90개에 이르는 규제개혁 일괄법안.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경제청문회.한 - 일 어업협정 비준.교원노조 문제 등 중요 사안들이 결국 정기국회 회기 (18일까지) 내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실상 사법처리를 전제한 李씨의 체포는 거시적으로 더 큰 파장을 가져오리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은 이회창 총재의 위상 하락여부, 그리고 그에 따른 한나라당내 분위기 변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내에선 李씨의 체포가 결국 이회창 총재와 당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비주류들로부터는 "애초 李총재가 직접적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는 대신 모든 책임을 떠맡는 자세를 보이며 사과 표명을 했어야 한다" 는 지적에서부터 "지금이라도 李총재가 총대를 메지 않으면 당이 입을 손상은 더 커질 것" 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여권 수뇌부도 '더 이상 양보는 없다' 는 얘기를 한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국회 현안처리에 야당이 비협조로 나선다면 단독처리 할 것" 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또다시 대치국면에 들어간 셈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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