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세계인권선언 선포 50년…인권 후진국 벗어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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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 " (세계인권선언 제1조) 유엔이 인권옹호의 '국제헌법' 으로 불리는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지 10일로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달라진 정부와 국민의 인권의식을 점검한다.

우리나라의 인권시계는 지금 몇시를 가리키고 있을까.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 는 지난달 발간한 '세계인권상황 평가서' 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양면에서 모두 자유로운 상황" 이라고 평가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국제사면위원회.유엔 인권위 등으로부터 '고문 (拷問) 사례국' 으로 분류되는 등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행위가 남아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국제인권연맹으로부터 '올해의 인권상' 을 받는 등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의 인권보호 의지에 호의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활발히 벌여왔다.

지난 8월 60여년간 존속돼온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고 준법서약제를 도입했으며 국가보안법의 신중한 적용으로 지난달 말 현재 입건자와 구속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5%, 30% 감소했다.

앞으로 인권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인권법이 공표되면 인권상황은 한단계 더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에는 '인권' 을 최우선시하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가안보.경제성장에 비해 뒷자리로 밀려났던 인권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서 최고의 가치로 부상한 것이다.

이같은 인권상황 호전에 대해 인권단체들도 대부분 뜻을 같이한다.

이념갈등으로 선량한 국민들이 희생된 해방 전후, 개발독재의 논리에 밀려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이 억압당한 60년대, 유신헌법으로 정치적 자유가 말살됐던 70년대, 군부독재로 대규모 시위와 분신, 고문 및 가혹행위 시비가 잇따른 80년대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권침해 사례는 그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노력 또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변 윤종현 (尹鍾顯) 변호사는 "새 정부의 인권개선작업이 외형적으로 일부 성과가 없지 않으나 실제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지난 9월 정부에 보낸 권고안에서 "金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1백8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며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 고 촉구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인권의 영역을 확대해 사생활 침해.환경오염 등도 인권보호차원에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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