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후 첫 총장에 경고 여론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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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이 9일 김동신 (金東信) 육군.박춘택 (朴春澤) 공군참모총장을 엄중경고 조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선 참모총장에 대한 경고조치는 창군 (創軍) 이래 처음이다.

문책사유가 작전실패가 아닌 군내 사고인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지만 불발탄 폭발사고 (육군).나이키 미사일 오발 (공군)에 대한 이같은 문책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로서는 잇따른 사고로 군기 (軍紀) 문란을 질타하는 여론과 정치권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반성' 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셈이다.

국방부 강준권 (姜浚權) 대변인은 "경고도 문책의 한 종류" 라며 "연쇄사고의 고리를 끊고 새 출발하자는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난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문책범위를 놓고 고심했다.

여론과는 달리 군 일각에서는 '대규모' 문책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

미사일 오발사고는 예산부족으로 노후한 미사일을 사용하다 발생했고, 불발탄 사고는 사병들이 불발탄을 분해하는 것을 막지 못한 소대장의 지휘능력 부족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구나 동해안 잠수정.무장간첩 침투로 육.해군 장성 3명이 보직해임되고 서해안 간첩선 침투사건으로 수도군단장이 경고조치받는 등 '사고가 나면 문책부터 한다' 는 불만이 겹쳤다.

때문에 당초에는 문책의 범위를 좁히려 했다.

공군 방공포사령관이나 육군 사단장급까지로 한정하려 했다.

그러나 千장관이 8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이같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金대통령이 千장관을 엄중경고하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해 장관이 군내 문책을 결정하라" 는 사실상 징계 '격상'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문책범위에 육군.공군참모총장이 포함됐다.

반면 군 일부에선 "千장관이 경질안되고 살아나면서 거꾸로 군 자체의 문책수위가 높아졌다" 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국방위의 한나라당 의원은 "千장관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대신 참모총장을 징계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千장관 본인 문제는 김종필 총리가 金대통령에게 해임불가 건의를 해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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