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파묻힌 내년 예산…군기해이등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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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서로 유리한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막판까지 격돌했다.

한나라당은 5분 발언을 통해 군기해이.제2건국위.재벌 빅딜.총풍사건을 거론하며 대정부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먼저 군기해이를 공략. 해군 제독출신 허대범 (許大梵) 의원은 "극심한 지역 편중인사 등으로 군내 불만이 극심, 천용택 국방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고 주장. 자민련측도 여기에 동조해 국민회의측을 당황하게 했다.

이원범 (李元範.자민련) 의원은 "간첩선 침투.미사일 오발.불발탄 폭발에 이어 판문점 북한군 접촉사건 등 군기문란 사건이 극에 달해 국방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믿는다" 고 주장. 이에 대해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의원은 "千장관이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며 "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구태를 야당이 재연하고 있다" 고 맞섰다.

국민회의 인천 (연수구) 출신 서한샘의원은 쟁점과 다른 '민원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사일 오발사건이 인천에서 일어난 만큼 군은 책임지고 군부대를 이동하거나, 군사보호지역을 풀어 피해 주민들에게 보답해야한다" 고 주장. …경제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이강두 (李康斗.한나라당) 의원은 "재벌구조개혁을 정부가 강압으로 추진, 30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등 회복 불가능한 후유증을 남겼다" 고 꼬집었다.

권철현 (權哲賢.한나라당) 의원은 "이달말 예정된 무역대책회의를 연기하면서 경제회생 자축연을 한다는데 실업자 양산을 '자책' 해야 할 정권이 '자축' 의 샴페인을 들겠다는 것은 비극" 이라고 주장. 특히 權의원은 말미에 "하늘이 '재앙' 을 내릴 것" 이라고 발언, 국민회의측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박준규 (朴浚圭) 의장은 속기록 손질을 지시하며 여당을 다독거렸다.

○…예산안을 둘러싼 씨름은 여야 모두에 득 (得) 보다 실 (失) 을 안겼다는 평가.

여권은 국회 단독처리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매끄럽지 못한 정국운영 능력과 협상력 부재라는 지적을 듣게 됐다.

특히 제2건국운동이 시작도 되기 전에 상처를 입게 됐다는 점을 켕겨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국민회의 내에서도 여론이 부정적으로 전개될 경우 제2건국운동 성격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갈팡질팡한 지도부의 태도가 도마에 오르면서 다시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특히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리더십이 비판을 받고 있다.

비주류측은 지도부가 며칠새 입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결국 "예산안과 정치현안 연계불가" 라고 한 공언을 李총재 스스로 어겼다고 비난했다.

김석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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