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해 이어 판문점도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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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판문점을 경비하는 우리측 병사들이 북한 포섭조와 접촉하고 근무중 군사분계선까지 넘었다는 사실은 국방 최일선의 경계태세와 대북 주적 (主敵) 의식 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이런 사실을 우리 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북한군 귀순자의 진술과 국회 국방위의 '김훈 (金勳) 중위 의문사' 진상조사소위에서 전역사병들의 증언에 의해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판문점공동경비구역 (JSA) 은 남북의 장병들이 바닥에 그어진 선 하나에 의지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59년에는 옛소련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의 평양주재기자였던 이동준 (李東濬) 씨가 판문점을 통해 '망명' 했고 반대로 67년에는 위장간첩 이수근 (李穗根) 이 이곳을 통해 남한으로 도주하기도 했을 정도로 월경을 막기엔 너무 허술해 서로 긴장상태에 있는 지역.

이 때문에 국방부는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할 한국군 사병들에 대해서는 신원조회를 실시하고 공동경비구역의 경비대대에선 정기적으로 북한측 경비병에 대한 접촉요령과 접촉시 상부보고 등의 정신교육이 이뤄진다.

긴장상태가 계속되는 만큼 군기도 매우 세서 구타사고로 중간에 의병제대하는 JSA 사병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동경비구역내의 경비사병은 물론이고 경비소대원을 관리.지휘해야 할 부소대장이었던 金모중사까지 북한측 포섭요원들과 무단으로 접촉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기무사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심리전 특수교육을 받은 적공조를 만들어 이들을 JSA에 경비병으로 위장시켜 내보내 한국군 경비병들 포섭에 나선다는 것.

하지만 金중사는 30여차례나 이들과 접촉하고도 상부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을 정도다.

더욱이 金중사는 대담하게도 오전 2시쯤 경계근무중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金중사는 "전방에서 불빛이 나오는 북한군 1초소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라고 밝혔지만 군수사당국은 월경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이었는지와 이외에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측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중이다.

문제는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의 소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 구역의 경비대대 전역 사병의 증언에 따르면 金중사만이 아니라 다른 병사들도 북한군과 접촉해 왔다는 것.

병장으로 전역한 吳모씨의 경우 북한요원들로부터 롤렉스시계까지 받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의 일선 경비병들이 북한요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금품제공까지 이뤄졌는데도 부대내에서 이를 전혀 감지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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