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도체 통합 과연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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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과연 이뤄질까'. 7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부문 통합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합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단일법인 경영주체 선정은 25일까지 마무리하며, 합병이 안될 경우 책임이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여신회수 등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 는 강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양측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는 정부 발표와 달리 청와대 간담회장에서조차 현대.LG 두 그룹 총수는 상당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져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 청와대 간담회 배석자는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반도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인 반면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은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했다" 고 전했다.

실제로 LG 구본무 회장은 8일 주력계열사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마친 뒤 "주력기업이나 핵심사업을 내놓는 일이 있더라도 반도체를 반드시 키워야겠다는 게 내 뜻" 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양사 움직임은 = 특히 LG의 경우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는 것'. 이를 위해 자산매각이나 초박막액정화면 (LCD) 사업을 LG - LCD사로 이관하는 등 빚을 턴 데다 자산매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1백98%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으므로 이번 고비만 넘기면 자생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양측이 합병하더라도 시너지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합병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LG가 '다른 주력기업을 팔아서라도 반도체를 살리겠다' 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없는 전자사업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현대는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 정부 관계자는 "합병은 약속" 이라는 강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말 양사가 단독으로 외자유치를 하든지 자력으로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낮출 수 있다면 정부가 무리하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말했다.

◇ 어떻게 되고 있나 = 정부와 5대 그룹은 반도체 구조조정과 관련해 양사 합병시 지분비율은 7대3으로 하고, 외부용역기관의 평가결과에 따라 25일까지 경영주체 선정을 완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현재 평가주체로 선정된 아서 D 리틀(ADL)과 계약서에 서명도 안한 상태다.

양사는 지난달 11일 ADL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하고도 한 달이 지났지만 평가항목.가중치 등 핵심분야에서 전혀 합의를 이루지 않고 있다.

ADL은 현재 양사에 기본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 하지만 LG의 경우 평가기관 계약도 안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현대는 일부 제출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공장방문 실사 등 구체적인 일정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반면 실사에는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도 시한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사가 맞서는 평가항목.가중치 등은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할 핵심적 요소기 때문에 각자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쟁점은 ▶실사자료 선정과 검증여부 ▶실사 중간결과 공개 ▶해외법인의 실사대상 포함여부 ▶통합법인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평가항목 포함여부 등.

현대는 평가자료로 이미 제출된 97년 결산보고서 등 공개된 자료를 통해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LG는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실사인 만큼 결산보고서 수치 등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 '0' 에서 시작하자는 것.

상황이 이렇게 어렵게 되자 양사는 '제3회 방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절차가 빠른 ▶순자산 가치 ▶재무구조 상태 등 두어가지로만 최종 결정을 짓자는 내용을 협의중이라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양사간에 이견이 있어 과연 이같은 방법을 택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시래.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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