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채무자 첫 일부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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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많은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채 다시 돈을 빌려 쓴 악성채무자에게 한번 더 재기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일부면책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 (재판장 李揆弘부장판사) 는 8일 신용카드 불법대출 등을 이용, 1억1천여만원과 6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파산선고를 받은 李모 (50.여) 씨와 金모 (27.여) 씨의 면책 신청에 대해 "채무중 각각 70%와 60%를 면제한다" 고 결정했다.

李씨와 金씨는 일부면책 결정을 받은 채무는 탕감되지만 나머지 빚을 갚을 때까지 금융거래 정지와 선거권박탈 등 파산자로서 받는 불이익을 계속 감수해야 하며 빚을 갚고 나면 복권을 신청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들이 자신의 채무상태를 숨기고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다시 돈을 빌려 쓴 점이 인정된다" 며 "그러나 다시 빚을 진 이유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것인 만큼 면책을 전부 불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된다" 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빚을 얻는 과정에서 사기나 도박.낭비 등 특별한 면책 불허가 사유가 없는 裵모 (71) 씨 등 9명이 신청한 면책신청을 모두 허가했다.

면책 결정으로 파산자들은 채권자들이 2주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모든 권리가 회복돼 정상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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