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돌아온 정수근 … 롯데 ‘테이블 세터’고민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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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수근(32·롯데)이 돌아왔다. 롯데가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 음주폭행 사건으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올해 6월 징계가 해제됐다. 그리고 12일 롯데 1군에 복귀했다.

그는 팀의 득점력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2번 타순에서 톱타자와 중심 타선을 매끄럽게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KIA전까지 22이닝 무득점을 이어가던 롯데는 정수근이 가세한 뒤 조금씩 득점력이 살아나고 있다. 롯데는 정수근 복귀 후 5경기 3승2패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성적만 변한 게 아니다. ‘분위기 메이커’ 정수근 덕분에 팀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 

◆2번 고민 해결=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올 시즌 마땅한 2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박정준·이인구·김민성·박기혁·박종윤·이승화 등을 번갈아 기용해 봤지만 적임자가 없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정수근이 복귀한 후에야 만족할 만하다는 표정이다. 그는 정수근이 복귀한 12일 “공격에서 치고 나갈 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수근은 복귀 후 5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4타점 4득점 2도루로 활약했다. 이 기간 롯데는 경기당 평균 5.80득점을 올렸다. 정수근이 복귀하기 전 13경기(평균 4.38득점)보다 득점력이 1점 이상 높아졌다.

◆‘흔들 타법’을 잇다=정수근이 돌아와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팀의 분위기다. 평소 장난기 넘치는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띄우는 정수근은 16일 LG전 도중 ‘롯데의 정신적 지주’ 박정태 2군 코치의 ‘흔들 타법’을 선보여 롯데 팬들을 즐겁게 했다. ‘흔들 타법’은 그가 2군에 머무는 동안 박 코치에게 특별히 전수받은 것이다.

‘흔들 타법’은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잡은 채 왼손으로 손잡이 부분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타격 타이밍을 잡는 타법이다. 박 코치를 졸라 타법을 전수받았다는 정수근은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고 변화구 판별 능력이 좋아진다. 앞으로도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흔들 타법’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분위기 메이커’=정수근은 13일 동료 카림 가르시아가 KIA의 연승을 저지하는 홈런을 날리자 합장을 하며 반겼다. 가르시아와 정수근 모두 정신자세를 새롭게 하겠다는 뜻으로 삭발을 했기 때문에 그 모습에 동료들은 배꼽을 잡았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농담도 자주 하는 정수근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논란 끝에 징계가 해제돼 복귀했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불만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수근은 “잘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풀 죽은 모습으로 있으면 경기가 잘 안 된다. 일부러 활기차게 해야 경기도 더 잘된다”면서 “복귀하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 또 따뜻하게 맞아주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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