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국 뇌관-정계개편]각 당의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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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계개편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여권이 집권 직후부터 공론화한 정계개편론이고, 야권에서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던 바다.

그렇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권이 한나라당 의원 탈당유도.영입에 이은, 이른바 세풍 (稅風).총풍 (銃風) 등을 통해 한나라당을 흔든 게 촉매로 작용했다.

따라서 연말 경제청문회 소란이 지나면 새해 정치권은 정계개편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 예견된다.

특히 한나라당 내분상황이 증폭되고, 국민회의.자민련간 내각제 논의가 불붙기 시작할 내년 2월께면 구체적인 움직임이 표면화되리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정계개편을 앞둔 각 정파의 개편 구상과 변수들은 뭘까를 짚어본다.

각 정파는 새 정치판을 자기네에게 유리하도록 짜기 위해 여러 계산과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몇갈래로 나뉜 한나라당 계파들은 물론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각기 다른 속내를 갖고 갖가지 궁리를 행동에 옮기고 있다.

◇ 청와대.국민회의 = 자민련과의 DJP연합에 더해 한나라당 내 특정세력을 끌어들이는 추가 연대가 목표다.

'동서 (東西) 화합형 전국정권' 실현을 위해 부산.경남 (PK) 내지 대구.경북 (TK) 과 동반관계를 이룬다는 구상. 국민신당과의 합당이나 개별적 의원 영입은 전초작업인 셈이다.

'대통합 정치' 라는 명분과 함께 지역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여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철학이 강하게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3金 (金大中.金泳三.金鍾泌) 시대를 마감하면서 3金이 손을 잡는 '해피엔딩' 의 모습이 DJ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는 전언이다.

차기 대선 후보 (내각제 개헌 불발시) 를 비호남 인사로 내세운다는 얘기도 이런 맥락이다.

이른바 '민주대연합' 에는 군사정권과 싸워온 DJ와 YS 양대 민주화세력의 화해로 정치사의 한 장 (章) 을 마감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또 일각에선 내각제를 고집하는 자민련이 국민회의에 '등을 돌릴' 경우를 대비한 포석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 자민련 = 내각제 개헌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몸불리기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내각제 개헌 의지에 깊은 의구심을 가진 자민련은 그래서 국민회의측의 영.호남 연대 시도를 더욱 껄끄러워한다.

자민련이 YS의 청문회 출석을 극구 고집하는 것도 이런 상황의식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회의를 포함한 여권과 YS간 불화를 지속시키려는 심산이 깃들여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 주류는 한나라당 이탈세력이 생존을 위해, 특히 여권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 내각제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참여한 어느 쪽도 손해보지 않는 만큼 내각제가 실현된다는 주장이다.

◇ 한나라당 =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진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측 당권세력과 이한동 (李漢東).서청원 (徐淸源).강삼재 (姜三載).강재섭 (姜在涉) 의원 등의 비주류군 (群) , 그리고 역시 반 (反) 이회창 노선이면서 각각 중립지대에 선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계와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계다.

2002년 정권 탈환을 노리는 李총재측은 우선 내부 단속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반DJ의 기반인 TK와 PK를 당내 주력군으로 남겨둬야 한다.

이를 위해 반기를 든 허주계를 잘라내는 TK그룹 물갈이, 그리고 당장의 경제청문회에서 YS를 적당히 싸안는 등으로 PK를 다독거려야 하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상황전개에 따라 대통령제라는 당의 정강정책을 내각제로도 바꿀 수 있는 유연함도 생각하고 있다.

비주류나 중립파는 1차로 李총재 이후의 한나라당 당권에 눈독을 들인다.

상처 많은 李총재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면서 '이회창 흔들기' 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 역시 최종 목표는 그쪽이라고 보인다.

비주류는 당권이 여의치 않으면 16대 총선에 대비해 세를 몰아 탈당할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 아닌, 구락부 형태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추진도 한가지 방안.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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