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합격 이윤석군] “고3 학교생활 랩으로 발표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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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KAIST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합격한 천안쌍용고 이윤석군. [사진=조영회 기자]

KAIST가 올해 첫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한 150명 중 천안쌍용고등학교 이윤석(19·3년)군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쌍용고는 3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설고등학교로 KAIST 합격생은 개교 이후 이군이 처음이다.

KAIST 합격생을 배출한 쌍용고 가경신(50·여) 교감은 “이군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할 줄 알고 취미활동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길러온 학생”이라며 “KAIST 면접관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의 환경이 아이들을 공부만 하는 학생을 배출하기보다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지 직접 평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학기 수시 모집에 입학사정관에 의한 대책을 수립해 보다 많은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제로 대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년간 학교수업과 체험활동에 충실했던 게 합격의 비결이었다”는 이군은 다양한 문화체험활동과 꽃동네·양로원 방문 등의 봉사활동 등 자기주도적 학습도 꾸준히 해왔다. 7일 합격통보를 받은 이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군을 만나 합격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KAIST 진학이 원래 목표였나.

“KAIST와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를 목표로 고 1때부터 입시준비를 했다. 고 3이 되면서 서울대와 포항공대의 입시전형보다 KAIST가 현재 실력,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판단해 진학목표를 수정했다.”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학교 내신은 국어·영어·수학만 하면 1.4등급이고 전 과목으로 하면 1.8등급이 나왔다. 전교 1등은 아니고 이과에서 전교 3~4등 정도다. 경시대회 경력은 고 1때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 성적만으로 본다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2단계 전형인 심층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

“심층면접은 수학·과학의 학문적인 교과 내용을 묻는 면접과 인성면접, 개인과제 발표로 진행됐다. 학문적인 면접은 평소 독서를 즐기는 편이라 독서량을 늘리고 학교 심화반 활동을 하며 준비했다. 인성면접 때 기억에 남는 질문은 ‘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여자 친구를 볼 때 어떤 기준으로 보는지’였다. 마지막으로 개인과제발표는 5분 동안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것이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결정적인 합격요인은.

“내신 성적이나 수상경력만 놓고 보면 다른 지원자들에 특별할 게 없는 이력이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과제발표에 심혈을 기울였다. 학교에서 랩 동아리(onslam)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면접 때 1분간 랩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을 개사한 랩이었다. 나머지 4분은 사마천의 『사기』에서 읽은 사자성어 ‘낭중지추’와 ‘모수자천’를 인용해 아직은 드러난 재능은 없지만 기회를 주면 능력을 세상에 드러내겠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부 지향만이 아닌 다방면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내 모습을 좋게 평가한 것 같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올 3월 KAIST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관심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내공을 쌓았다. 초끈이론과 물리학에 관심이 있어 관련분야 책과 과학 잡지 뉴턴을 많이 읽었다. 또 영어면접을 준비해야 했는데 영어과목이 원래 취약점이었다. 그래서 인은돌 담임선생님과 원어민 교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담임선생님이 영어과목이라 학기 초부터 영어숙제도 내주시고 공부법도 가르쳐주셨고 영어에세이를 쓸 당시엔 첨삭이며 발음교정 부분에 있어 신경 써주셨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KAIST 자체적으로 브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이 과학 고등학교 학생들에 비해 실력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9학점을 미리 이수하고 가야 한다. 텝스시험과 영어인터뷰를 못 보면 학점 관리에 지장을 준다고 해서 현재 텝스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이군 외에도 천안북일고등학교 송민(19)군과 아산에서는 온양고등학교 신백균(19)군, 아산고등학교 김성영(19)군이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KAIST에 합격했다.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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