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주장과 의문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군은 4일 "주기적인 장비점검 훈련의 일환으로 장비를 점검하던 중 회로상 문제점이 발생해 미사일이 잘못 발사됐다" 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전투기의 이상징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사일이 오발사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나이키 미사일 전문가인 이성렬 중령 (공군방공담당관) 과 군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재구성한 사고전말. 4일 오전 9시. 나이키 허큘리스 8기 (基)가 배치된 공군방공포사령부 인천 포대는 정기적인 미사일 발사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소식통들은 직전 북한 비행기가 전술통제선을 넘었고 공군방공포사령부도 통상적 훈련이 아닌 대응체제를 갖춘 것이었다고 얘기하고 있어 차이가 난다.)

원래 사고에 대비해 미사일은 해안이나 산악지역을 향해 거치돼 있고 오발시 안전고도에서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인위적으로 폭파가 가능한 '버스트스위치' 도 장치돼 있다.

통제소의 부대장 (소령) 은 인근지역 3곳에 분산돼 있는 미사일의 발사대를 무선으로 연결해 발사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각 발사대에서는 선임자 (발사반장) 인 하사관의 통제 아래 1개 분대 (8명) 의 조작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제1, 제2발사반의 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제3발사반에 훈련발사 상황이 부여됐다.

통상 훈련은 오전 9시에 시작돼 2시간 동안 실시되기 때문에 이미 시간은 오전10시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발사명령을 전달받은 조작수 (操作手)가 "준비됐습니다" 라며 전술통제지시기에 자리한 발사준비 완료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회로이상으로 발사스위치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실제로 발사가 이뤄졌다.(그러나 통상훈련은 점화케이블을 발사대에 연결하지 않고 모의 표적항공기를 띄우는 데 비해 이날은 점화케이블도 연결됐고 모의 표적도 없었다.)

굉음과 함께 불을 뿜으며 미사일이 솟아오르자 벙커 속에 있던 병사들이 놀랐으나 발사 3초 뒤 자동폭발장치가 작동해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유도장치가 작동될 새도 없이 폭발해버린 미사일 파편으로 레이더망에는 눈꽃 같은 점들이 흩어지고 있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