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오발사고 공군주장과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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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군은 4일 "주기적 장비점검 훈련의 일환으로 장비를 점검하던 중 회로상 문제점이 발생해 미사일이 잘못 발사됐다" 고 밝혔다.

다음은 나이키 미사일 전문가인 이성렬 (공군 방공담당관) 중령이 밝힌 사고 전말.

4일 오전 9시 나이키 허큘리스 8기 (基)가 배치된 공군 방공포사령부 인천 포대는 정기적 미사일 발사훈련을 시작했다.

비록 배치된 지 34년이 지난 구형 미사일이었지만 수명 연장을 통해 운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점검 훈련은 이뤄졌다.

사고에 대비해 미사일은 해안이나 산악지역을 향해 거치돼 있고 오발때 안전고도에서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자동폭발이 안될 경우를 대비해 인위적으로 폭발시키는 게 가능한 '버스트 스위치' 도 장치돼 있다.

이날은 특히 주1회 있는 통합점검이라 실제 발사에 가까운 훈련을 위해 점화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로 진행됐다.

통제소 부대장 (소령) 은 인근 지역 3곳에 분산돼 있는 미사일 발사대를 무선으로 연결해 발사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각 발사대에서는 선임자 (발사반장) 인 하사관의 통제 아래 1개 분대 (8명) 의 조작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제1, 제2 발사반의 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제3 발사반에 훈련발사 상황이 부여됐다.

통상 훈련은 오전 9시에 시작돼 2시간 동안 실시되기 때문에 이미 시간은 10시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발사명령을 전달받은 조작수 (操作手)가 "준비됐습니다" 며 전술통제 지시기에 자리한 발사준비 완료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회로 이상으로 발사 스위치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실제로 발사가 이뤄졌다.

연습용 스위치와 달리 실전용 발사 스위치는 안전덮개까지 마련돼 있어 조작 실수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던 조작반원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굉음과 함께 불을 뿜으며 미사일이 솟아오르자 벙커 속에 있던 병사들이 놀랐으나 발사 3초 뒤 자동폭발장치가 작동해 공중에서 폭발해 버렸다.

유도장치가 작동될 새도 없이 폭발해 버린 미사일 파편으로 레이더망에는 눈꽃같은 점들이 흩어지고 있었다.

영문을 몰라 발사대 패널 계기판을 점검하던 병사들의 눈에는 노랗게 불이 들어온 연습용 발사 스위치와 실전 발사 스위치가 동시에 점멸하고 있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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