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1국 금리인하]세계경제 살리는 '영양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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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일.프랑스 등 유로 (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유럽 단일통화) 참여 11개국이 3일 일제히 0.25~0.65% 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 이탈리아 (3.5%) 를 제외한 10개국 금리가 3.0%로 통일됐다.

세계적 디플레 차단을 위한 지난 9월말 이후 세차례에 걸친 미국 금리인하에 마침내 유럽이 화답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안정세를 찾아가던 세계 금융시장은 한층 빨리 제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인하 발표 후 유럽 주요 증시는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유로권 금리인하는 세가지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자체의 경기부양, 좌파 정권들의 요구 수용, 그리고 세계경제 회복을 돕는다는 대의(大義)가 그것이다.

유로 참가국들의 내년 평균 성장률은 올해 (3.0%) 보다 낮은 2%대로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 우려가 크지 않게 나타난 가운데 여전히 10%대에 있는 실업률도 고려사항이었다.

더 직접적인 요인은 좌파 정권의 압력이었다. 유럽 신좌파 정권의 실세인 오스카 라퐁텐 독일 재무장관이 밀어붙인 결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성장과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프랑스 등 타국 재무장관들을 규합해 유럽중앙은행 (ECB) 과 독일 중앙은행을 흔들어댔다.

한스 티트마이어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물가안정을 내세우며 버티자 시중에는 총재 경질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금리인하 후 티트마이어 총재는 "정치권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고 밝혔지만 변명처럼 들린다.

향후 관심사는 미국이 오는 22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리정책 회의에서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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