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리후 정국전망]YS 증언문제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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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여야간 격렬한 비난전이 오가고 있으나 막후에선 경제청문회, 이회창총재의 검찰조사 문제 등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묘한 화해의 분위기가 저류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전가 (傳家) 의 보도 (寶刀)' 처럼 휘둘러 왔던 예산안 - 정치사안의 연계전략을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은 데다 여권은 여권대로 청문회 특위구성 문제 등 주요 정치쟁점에 상당한 융통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핵심 관계자들은 3일 한결같이 예산안 처리는 시점이 문제지 큰 무리없이 통과될 것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회창 총재와 관련한 '신변보장 각서보도 파동' 으로 한나라당이 격앙돼 있을 때에도 예산안을 볼모로 잡겠다는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큰 틀에 관한 합의 분위기' 는 한화갑 국민회의.박희태 한나라당 원내총무의 접촉과 구천서 자민련총무의 중재로 주요 쟁점들이 일괄타결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으로서 가장 신경쓰였던 이회창 총재의 '총풍' 관련 검찰조사 부분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일 TV를 통해 '야당총재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 방침을 밝힘으로써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李총재 본인은 미흡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차피 검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안에 있는 사안인 만큼 이 정도 이상은 어렵지 않느냐는 게 여야 협상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은 또 야당의원이 다수 걸려 있는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회기내에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해줬다고 한다.

김윤환 (金潤煥)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이 전권을 쥐고 있다는 전제 아래 최대한 불구속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남은 문제는 이회창 총재가 부산.경남 출신의 민주계 의원들을 의식해 섣불리 합의해주기 어려운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의 청문회 출석문제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한화갑 총무가 3일 청와대 주례보고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묘수 (妙手)' 를 전달받았다고 귀띔했다.

韓총무의 제안은 즉시 박희태 총무를 통해 이회창 총재에게 전해졌는데 진통은 겪겠지만 결국 YS증인 문제에 대한 여야간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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