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슈퍼메이저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에겐 일곱 딸이 있었다.

이들은 사냥꾼 오리온에 쫓기다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다.

이 별들이 플레이아데스 성단 (星團) 이다.

영어에선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세븐 시스터스' 라고 부르며, 흔히 특정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존재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석유업계의 세븐 시스터스라면 엑슨.모빌.텍사코.소칼.걸프.BP.로열 더치 셸 7대 메이저 회사를 가리켰다.

이가운데 영국계인 BP와 영국 - 네덜란드 합작인 로열 더치 셸을 빼곤 모두 미국계다.

소칼과 걸프가 지난 84년 합병, 셰브론으로 개명 (改名) 함으로써 지금은 여섯으로 줄었다.

메이저는국제적으로 생산.유통.정제.판매를 통괄함으로써 석유산업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석유수출국기구 (OPEC) 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메이저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하지만 메이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메이저들은 생존전략으로 비 (非) OPEC지역 유전개발, 석유회사 합병을 통한 원유매장량 확보, 품질 고급화를 통한 가격인상으로 수익을 늘리고 있다.

랭킹을 따지면 로열 더치 셸이 1위, 다음이 엑슨이다.

그런데 최근 석유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3위인 BP와 10위인 미국 아모코가 합병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일 엑슨이 4위인 모빌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새 회사 엑슨 모빌은 연간 매출액 2천31억달러로 1위인 로열 더치 셸은 물론 세계 최대기업인 GM마저 앞지르는 슈퍼메이저다.

엑슨과 모빌의 모체 (母體) 는 1911년 독점금지법으로 해체된 스탠더드 오일로 이번 합병은 스탠더드 오일의 부활인 셈이다.

현재 석유업계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소비감소.생산과잉 등으로 유가 油價)가 배럴당 10달러 미만까지 떨어지는 고전을 겪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엑슨과 모빌은 12만명 인력중 20%를 감축, 연간 28억달러의 경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연간 매출액이 1천억달러 이상 되는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3개 슈퍼메이저만 이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는 앞으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 (合縱連衡) 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단 석유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초대형 인수.합병 (M&A) 이 대세 (大勢) 다.

M&A를 통한 기업거대화는 세계경제의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