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언제까지 경제 낙관론만 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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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엊그제 "올해 5%대, 내년도 5.2~5.3%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투자와 소비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유가 상승도 충분히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성장률을 3.7%로 전망하는 등 민간 측 예상은 훨씬 어둡다. 세계적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어느 쪽이 맞는가.

정부 예상대로 되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이는 우리 실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투자와 내수는 계속 바닥을 헤매는 가운데 수출마저 신장세가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에 물가마저 치솟아 기업과 서민은 탈진 지경이다. 장기불황 우려뿐 '완연한 봄기운'의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데도 부총리는 낙관론이나 펴고, 청와대 홍보수석은 "경제부총리의 전망을 무시하는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걱정하는 사람'들을 압박하니 국민은 절망하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경제에 대한 걱정을 음모론으로 일축했지만 그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지 않은가.

민간 전문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약 86%가 현 상황을 '위기' 또는 '위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조차 61% 이상이 '위기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위기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제 걱정하는 사람을 '적'으로 치부하고 이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정말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런 비현실적 인식으로는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현장에 나가보라. 어느 쪽이 옳은지. 무엇보다 기업과 부자,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게 열쇠다. 이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고, 한국에 투자하고, 외국으로 도망 안 가도록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경기회복의 실마리나마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