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지리정보시스템) 리포트 - 8월 3일 06시07분 서울 열대야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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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콘크리트 사막이 도심을 잠 못 들게 한다. 땅을 뒤덮은 아파트.빌딩.도로 등 건축물이 낮에 달궈졌다가 밤에 열기를 내뿜으면서 여름 밤 서울 도심에 '열대 벨트(belt)'를 만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본사 취재팀은 컴퓨터에서 지도 및 지리정보를 분석하는 첨단기술인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서울에서 벌어진 열섬 현상의 위치.정도 등을 알아냈다. 또 건축물이 땅을 많이 덮은 지역일수록 극심한 열대야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취재팀은 기상청 자동기온관측장비가 설치된 서울(23곳).과천 등 24곳의 위치를 위성지도에 표시했다. 이후 이 관측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의 원을 그린 뒤 원 내 면적에서 건축물.녹지 등이 점유하는 비율을 구했다. 관측지점 주변 지역의 환경이 기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와 별도로 기준점(종로)의 최저온도가 25도 이상으로 올라가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공식 기록된 날(8월 3일), 같은 시각(오전 6시7분) 관측지점 24곳의 최저온도 자료를 기상청에서 구했다.

이를 지리정보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외곽 지역인 도봉.노원.김포공항.구로.과천.강동 등 관측지점 6곳에선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았다(그래픽의 녹색 벨트).

반면 도심 쪽에 있는 나머지 18곳에선 모두 열대야가 나타났다(주황색 벨트). 특히 영등포.양천.중랑에선 27도 이상의 살인적인 열대야가 출현했다(적색 벨트).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쟀는데도 김포공항과 영등포의 차이는 4도 이상 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4도는 제주도와 서울의 연평균 기온 차이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관측지점별로 건축물이 덮고 있는 비율을 지도에 표시했을 때도 열대야 경우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즉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았던 6곳 중 5곳의 주변 지역은 전체의 4분의 1 이하만 건축물로 덮여 있었다.

반면 극심한 열대야가 발생했던 3곳 중 영등포.중랑에선 건축물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가 건축물에 덮인 영등포는 최저기온이 27.8도를 기록했고, 52.2%가 덮여 있는 중랑의 기온도 27도를 기록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벨트'에서도 26도 이상의 무더운 밤이 나타났다.

반면 도봉.노원의 경우 녹지와 맨땅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녹지가 밤의 기온을 떨어뜨리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부 변병설 교수는 "빽빽한 건축물 때문에 낮에 모인 열이 밤이 돼도 상공으로 날아가지 못해 높은 온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섬.열대야=도심 기온이 외곽보다 높아지는 현상. 도심 상공에 더운 온도대가 '섬(island)'처럼 나타난다고 해서 열섬 현상이라고 했다.

건축물의 난립과 자동차 증가, 녹지면적 감소 등이 원인이 된다. 특히 여름에는 열섬 현상이 반복되면서 해가 진 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을 일으킨다.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과거 인쇄물 형태로 이용하던 지도 및 지리정보를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관리하고, 여기서 얻은 지리정보를 기초로 해 데이터를 수집.분석.가공하는 시스템. 1980년대 토목.건축.교통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규연 기자

*** 바로잡습니다

8월 9일자 1면 '서울 열대야 분석' 그래픽에서 마포 지역의 기온이 잘못 나갔습니다. 원래 최저 기온이 26.2도인데 27.8도로 보도됐습니다. 기온 수치를 그래픽에 옮겨 적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마포 지역에서 심한 열대야가 출현한 것으로 오해했을 독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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