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중, 일본 선수에 야유.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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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큰 불상사는 피했다. 그러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과거사 시비까지 거론되며 관심을 모았던 7일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

일본 선수들이 베이징의 노동자(工人)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환호와 박수 대신 야유와 고함이 쏟아졌다. 일본 국가가 연주될 때 중국 관중 대부분은 일어서지도 않았다. 일본 국가는 스탠드의 야유로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베이징 사람들 특유의 욕설인 '징마(京罵)'가 터져나왔다. 듣기 거북한 상소리는 때론 '일본 제국주의 타도'란 정치적 구호로 바뀌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까봐 일본 응원단 1500명이 자리한 구역엔 셰퍼드 네 마리를 거느린 중국 경찰들이 순찰을 했다. 이날 경기장 안팎으론 시위 진압 무장경찰을 포함해 경찰 6000명이 동원됐다.

경기가 일본의 3-1 승리로 끝나자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경기장 밖에 진을 친 중국의 극성 축구팬 수백명이 일본 선수단과 응원단을 향해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먼저 일본 선수단이 버스를 타고 나섰다.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무장경찰의 호위를 받았다. 그러나 페트병이 수없이 날아들자 경기장 안으로 되돌아갔다가 2차 시도 끝에 간신히 숙소로 돌아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일본 응원단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일본 대사관이 마련한 버스 20대에 나눠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를 지켜본 베이징의 한국인들은 '중국의 상대가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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