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2 내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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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상황이 나빠졌다. 지난 주말 시아파 최대 성지 나자프에서만 최대 300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임시정부와 시아파 간의 무력충돌은 들불처럼 이라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2의 시아파 봉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유혈사태 확산=미군 당국은 지난 5일부터 나자프에서 시작된 '마흐디군 소탕작전'에서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 추종세력 수백명을 사살하고 1200명을 체포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유혈사태는 지난주 초 마흐디군이 이라크 경찰 18명을 납치하자 시작됐다. 현지 치안을 책임진 나자프 주지사가 미군의 군사개입을 요청하자 곧바로 미군의 공습이 이뤄졌다.

마흐디군도 전면전으로 맞서고 있다. 유혈사태는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흐디군의 바그다드 거점인 알사드르시티에서도 주말부터 치열한 교전이 발생했다. 이어 바스라.아마라.쿠트 남부 시아파 주요 도시에서도 마흐디군은 경찰서를 일부 장악하기도 했다.

◆ 왜=이라크 임시정부는 시아파 민병대 해체를 작심하고 밀어붙이는 인상이다. 알사드르 측은 시가지 내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했지만 임시정부는 '불법.테러 세력'인 마흐디군의 완전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그동안 치안 회복과 선거실시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지난달 31일 발족 예정이었던 입법기구인 국민회의도 알사드르를 포함한 과격세력의 참가 거부로 무산됐다.

인질 납치와 자폭공격이 매일 벌어졌다. 범아랍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8일 "알라위 총리는 알사드르의 무장투쟁 위협이 상존하는 한 정치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우선 마흐디군의 소탕을 먼저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나자프 공격이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의 부재 중에 강행됐다는 것도 임시정부의 치밀한 사전 계획을 방증한다.

심장병 치료차 그가 영국으로 떠나자마자 임시정부와 미군은 대대적인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알라위 총리는 7일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TV 바그다드 사무소의 1개월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저항세력의 마이크 구실을 해온 알자지라TV에 재갈을 채우려는 것이다. 임시정부는 '독립적 위원회'의 제안에 의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가 최근 알자지라의 '불공정 보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이번 조치가 내려졌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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