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국 '다국적건설팀' 우주정거장 기초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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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주개발에도 다자간 국제협력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러시아.캐나다.일본.브라질과 유럽 11개국 등 16개국이 공동추진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ISS) 계획의 첫 시설인 '자랴 (여명)' 가 지난달 20일 발사된 데 이어 3일 오전 4시 (한국시간 3일 오후 6시)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두번째 부품인 '유니티 (통일.협력)' 를 싣고 지구궤도에 오른다.

엔데버호 승무원들은 12일간의 비행기간중 세 차례의 우주유영을 통해 자랴와 유니티의 연결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소련 우주선의 도킹실험이나 미국 우주왕복선과 러시아 미르 우주정거장에 다른 나라 우주인이 탑승한 적은 있으나 4백억달러가 넘게 소요될 대규모 우주계획이 초기부터 다국간 공조로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주계획에 필요한 엄청난 투자비용을 나눠 부담한다는 현실적 목적외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시킨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은 2004년까지 45차례 이상의 우주왕복선과 운반로켓을 발사해 5백t에 이르는 각종 부품과 시설을 우주공간에서 조립한다.

내년 7월에는 우주인들의 생활공간이 될 '서비스 모듈' 이 러시아에서 발사되며 2000년 1월부터는 3명의 우주인 (미국 1명, 러시아 2명) 이 ISS에 상주하면서 각종 과학실험을 하게 된다.

유럽과 일본도 독자적인 실험실을 만들어 기존시설과 결합할 예정이며 캐나다는 ISS에 부착돼 조립작업을 수행할 길이 17m의 거대한 로봇 팔을 제작한다.

길이 1백m, 폭 80m에 보잉 747기의 내부와 맞먹는 공간을 가진 거대한 시설이 지구 상공 4백㎞ 위에 들어선다는 것은 우주개발 역사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완공 뒤 7명의 우주인이 상주하게 될 ISS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달이나 우주공간에 인간의 우주기지가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상이다.

ISS계획은 지난 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대통령 시절 미.일.유럽의 공동계획으로 입안됐으나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다 94년 미국과 러시아가 미르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을 통한 사전실험 작업에 들어가면서 본격화됐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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