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간 김윤환 행보]'이회창 없는곳'으로 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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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가 2일 오후 지역구인 경북선산으로 떠났다.

허주 (虛舟) 라는 이름 그대로 혈혈단신이었다.

당내의 'TK 반란' 을 이끌면서, 또 검찰 소환을 앞두고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한 낙향이다.

사나흘 머무르며 고향 민심을 듣고, 지역언론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질 예정이다.

떠나기 전 그는 "이회창 (李會昌) 과는 인간적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고 내뱉었다.

이회창 총재와 다시 손잡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못박아두려는 다짐처럼 들렸다.

때문에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뚜렷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그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얻은 것과 함께 잃은 것도 있다고 본다.

소득이란 당내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의 결속력을 보여준 일. 그 정점 (頂點)에 아직은 허주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음도 얼마간 과시했다.

그래서 향후 행보 선택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듯한 허주의 표정이다.

그러나 거꾸로 결집력이 예전같지 못했다는 점은 '잃은 것' 이다.

일부는 당직 유보 결정을 거부했으며, 그리고 "李총재보다 당을 위해" 란 전제를 달면서 당직을 거부했던 이상득 (李相得.정책위의장) 의원 등은 입장을 선회했다.

李총재로 하여금 TK내 잠식가능 공간을 발견하게 했다는 얘기다.

허주계와 비 (非) 허주계를 분리해 이른바 'TK 물갈이' 를 시도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허주 쪽에선 이를 부정한다.

"대구.경북의 마인드는 '반 (反) DJ - 비 (非) 이회창' " 이라며 "두고 보라" 고 말하고 있다.

허주는 이같은 생각을 토대로 대충 두 세가지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내 비주류로 머물며 李총재에 대한 외곽 때리기에 나설 것 이란 게 점쳐진다.

李총재를 끌어내리려는 목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그의 결심은 단호하다.

그는 李총재를 겨냥한 총풍사건이 때마침 재발 (再發) 함으로써 '이회창 배제론' 이 먹혀들 소지가 커졌다고 본다.

또 이한동 (李漢東) 전 부총재측과의 민정계 연대 등 반 이회창 세력의 제휴를 기대한다.

다른 선택은 딴살림 차리기다.

李총재가 상처투성이가 되고서도 끝까지 총재직을 고수할 경우 비주류연합을 통한 제2야권을 태동시킬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야당을 형성할 수도, 내각제 등을 고리로 여권을 포함한 다른 정파와 정책연대를 이룰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새로운 그룹을 형성할 계파간 계산이 다르다는 문제가 걸려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그는 "정치는 뜻대로만 되지않는 변수의 게임" 이란 말로 고민을 토로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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