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사 사장'특별한 보은'…어린이환자에 별보여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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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일 오후 6시 서울종로구연건동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앞 마당과 2층 로비. 가족과 함께 나온 환자복 차림의 어린이 1백여명이 싸늘한 겨울의 초저녁 날씨 속에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앞마당에선 길게 줄을 선 아이들이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과 달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고 2층 로비에서는 빔프로젝트에 비친 천문사진을 보는 아이들이 천체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이날 '어린이 환자 별 보여주기' 행사를 마련한 이는 천문 관측기구 제조회사인 동방광학 대표 김창수 (金昌洙.40) 씨. 金씨가 이런 행사를 마련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아끼는 막내아들 태옥 (泰玉.13) 군이 악성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93년 4월. 태옥군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왕규창 (王圭彰) 교수의 집도로 수술받았으며 설상가상으로 金씨가 당시 운영하던 기계공장이 부도났고 수술전 "아이가 잘못돼도 감수하겠다" 는 각서를 쓴 뒤로는 金씨도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이때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던 王교수가 金씨에게 "심리적 안정을 위해 현실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별 보기 취미를 가져보라" 고 권했고 이 권유는 이후 金씨가 광학회사를 직접 운영까지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행히 태옥군은 수술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이 안돼 '일단 완치' 판정을 받을 정도로 경과가 좋아졌고 金씨의 사업도 잘되고 있다.

金씨는 이날 2.8m 크기의 원형돔 2개와 대형 망원경 3대 등을 트럭 2대로 싣고 와 직접 설치했고 별자리 해설은 이제 별자리 박사가 다 된 태옥군이 직접 맡았다.

金씨와 태옥군은 "어린이 환자들이 밝은 별을 보며 다시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 며 흰 입김을 내뿜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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