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간 '총격의혹' 이회창 총재 알았는지가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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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풍 (銃風)' 사건 불똥이 되살아나며 배후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사건의 주역 한성기 (韓成基.39) 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북한 당국자 접촉 및 '북한카드' 요청 사실을 보고한 사실이 첫 공판에서 드러난 데 이어 검찰이 李총재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입수한 보고서에는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제시하겠다" 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韓씨는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12월 15일 李후보측에 전달한 서신에서 "북한 고위층의 말을 차마 글로 모두 적지 못하는 것을 용서바라며 당선후 말씀을 전하고 싶다" 고 썼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李총재가 韓씨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李총재가 韓씨 보고서를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 근거로 韓씨가 지난해 12월 9일 李총재 유세차량에 탑승해 수행비서에게 보고서를 건넸을 때 李총재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정황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李총재가 보고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무력시위 요청사실을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韓씨의 보고서에는 '지난 3년 동안 준비해온 카드' 라고만 표현돼 있을 뿐 '북한카드' 의 내용은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李총재도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금시초문" 이라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韓씨 일행이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총풍' 을 협의하고 있던 도중 李후보 동생 회성 (會晟) 씨.진로그룹 장진호회장과 직접 통화했던 사실도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검찰은 韓씨로부터 "안부를 물은 것과 함께 북한 당국자와 만났다는 사실을 전화로 얘기했다" 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韓씨는 이날 공판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 무력시위를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확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 고 부탁한 것" 이라며 "총격의 '총' 자도 말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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