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요청' 첫공판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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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첫 공판이 30일 열림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공방이 본격화된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한성기 (韓成基) 씨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판문점에서 총격 등 무력시위를 실제로 벌여줄 것을 요청했느냐 여부. 검찰은 "韓씨 등 관련 피고인 3명이 모두 혐의사실을 시인하고 있어 유죄판결을 받아낼 자신이 있다" 는 입장이다.

반면 강신옥 (姜信玉) 변호사는 "韓씨가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무력시위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이 '불능범에 의한 해프닝' 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하겠다" 는 입장.

즉 대통령 선거 이용을 위해 총격요청 사건이 진행됐다면 정치권 실세 등이 수시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흔적이 나와야 하는데도 현재로서는 청와대 행정관에 불과한 오정은씨 등 3명이 모의와 진행을 모두 한 것으로 드러난 점이 이 사건이 해프닝 성격임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또 韓씨 등이 이회창 후보 지지율을 높일 목적으로 북측에 총격을 요청하는 미끼로 '옥수수박사' 김순권 (金順權.경북대) 교수의 방북을 추진했다는 공소사실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金박사 방북은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측이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안일 뿐 한나라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안기부 가혹행위 시비를 부각시켜 안기부 조서가 증거력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들이 자유스런 검찰 조사 분위기에서 범행사실을 시인한 데다 전문의들의 신체감정에서도 고문흔적이 드러나지 않아 고문 시비는 재판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는 주장이다.

한편 법원도 고문 여부에 대한 최종판단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재판에서는 고문 여부가 쟁점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배후인물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에 대한 의심을 아직도 버리지 않은 검찰은 韓씨와 장석중 (張錫重) 씨가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서울로 통화한 전화번호를 최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韓씨 등이 서울의 어느 번호와 통화했는지만 파악됐을 뿐 통화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韓씨 등이 통화내용을 진술할 경우 배후수사가 활기를 띠게 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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