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감별하는 글로벌 기준 … 국내 기업은 3곳만 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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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호 26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를 산 뒤 1년 안에 직장을 잃어 더 이상 차를 못 몰게 되거나 할부금을 붓기가 어려워지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의 이 마케팅은 실직 공포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 덕에 현지에서 판매가 급증했을뿐더러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졌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

빈정대던 경쟁사들도 슬그머니 현대차 마케팅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해 파산한 미국 금융회사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전 회장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중 분노한 시민에게 두들겨맞는 봉변을 당했다. 이 모두가 지난해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착한 기업 신드롬’이 가져온 현상이다. 하지만 돈 잘 버는 기업 순으로 줄을 세우는 일에 비해 이른바 ‘바른생활 기업’을 계량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최근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es)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DJS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수의 하나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세계적 자산관리 회사인 스위스의 SAM(Sustainable Asset Management)사가 1999년부터 내놓고 있다. 해마다 57개 분야, 2500여 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평가한다.

평가 항목에는 재무 상태는 물론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지,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지, 사회 공헌을 하는지 등 100여 개가 넘는 지표를 활용해 체크한 뒤 종합 평점을 매긴다.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긴요한 정보로 쓰인다.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급증하면서 이 지표가 투자 잣대의 하나로 활용되는 빈도도 늘고 있다. DJSI는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 중 제일 높은 점수에 해당하는 12.8%(27개국, 320개 기업)를 추려 DJSI 기업으로 선정했다. 한국에선 포스코·SK텔레콤·삼성SDI 세 개 회사만이 2009년 DJSI 기업으로 뽑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팀 한혜수 조사역은 “우리나라는 아직 몇몇 대기업만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쏟는 등 전반적으로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평판은 기업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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