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너, 외롭구나'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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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김형태 지음, 예담, 309쪽, 9800원

휴대폰을 가진 원숭이
마사타카 노부오 지음, 박애란 옮김, 207쪽,1만원

톨스토이는 말했다. “우리는 가난이라는 단어를 불행과 동의어로 만들었지만 사실 그것은 행복의 원천이다.” 진리다. 가난을 모르는데 풍요를 어찌 알까. 실패를 겪어보지 않았는데 성공을 어찌 느끼나. 배신을 당해보지 않았는데 신의가 어찌 소중할까. 결론을 말하면, 가난과 실패와 배신을 건너뛰거나 생략하고 풍요와 성공과 신의만 가질 수 있다고 가르치면 사기꾼이고 그렇게 믿고 바란다면 도둑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지금 사기꾼이고 아이들은 도둑이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대학만 붙으면 된다고 유혹하고 협박해서 12년 인생을 송두리째 입시에 목매달게 해놓고는 정작 대학 갔더니 책임지는 게 하나도 없다. 어른들의 첫번째 사기극. 미안해서인지 어른들은 집집마다 스무 살이 넘은 ‘애어른’을 먹여주고 용돈 줘가며 산다. 옛날 같으면 밥벌이하고 애를 낳아 길렀을 다 큰 자식들은 위험하게 독립하느니 차라리 부모의 ‘공양’을 받으며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두번째 사기극.

덕분에 감각 있는 개성 세대고 창조적인 디지털 키드로 불렸던 이 아이들은 도둑이 되었다. 가난을 무서워해서 부모 것을 자기 것 인양 착각하고, 실패에 엄청난 공포심을 느낀 나머지 도전일랑 아예 포기하고, 배신이 무서워 처음부터 관계를 맺지 않는다. 대신 방에 쳐 박혀 게임과 채팅에 몰두하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산다. 얼마나 시간이 잘 가는지, 어찌나 바쁜지 모른다. 그러다 보면 금세 삼십대가 될 테고, 때 되면 부모가 돈 대줘 결혼하고 또 때 되면 평생 뼈빠지게 고생해서 얻은 부모 집을 물려받아 살면 된다.

이상의 시나리오를 보고 ‘어, 나잖아’ 하는 청(소)년과 ‘음, 우리 애들이구만’ 하는 부모라면 다음 두 권의 책을 필독해야 한다. 하나는 자칭 ‘무규칙이종카운슬러’라고 소개하는 40대 김형태 ‘형님’의 『너, 외롭구나』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는 50대 마사타카 노부오 ‘아저씨’의 『휴대폰을 가진 원숭이』다. 앞 책은 어른들의 첫 번째 사기극에 청(소)년 자신이 어찌 대처할지를 가르치고, 뒷 책은 어른들의 두 번째 사기극을 부모 스스로 어떻게 그만둘 것인지를 귀띔한다.

형님은 아이들의 정신이 번쩍 들도록 논리 정연하면서도 화끈하게 야단을 친다. 청년 실업 시대에 하고 싶은 걸 하자니 돈을 못 벌 것 같고, 취직을 하자니 적은 월급에 자존심이 상하고, 놀고 먹자니 은근히 부모한테 미안하고, 이도저도 안 하면서 고민과 불안에 내몰려 사회 탓이나 남 탓만 느는 청(소)년에게 이렇게 단언한다. 그것은 네 탓이다. 이런 야단이 싫지만은 않은지 요즘은 아이들이 스스로 김씨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아저씨는 일본 애들이 심각하게 퇴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휴대폰을 갖고 노는 원숭이로. 샐러리맨과 전업 주부로 살아온 일본 부모들이 잘못 길러서다. 자녀중심주의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아빠는 집에서 왕따되고 엄마는 자녀를 모시고 산다. 부모가 자녀의 노예가 되더니 자녀는 겁쟁이(대인관계 장애)에 바보(사고력 중지)에다 ‘귀찮이스트’(불평분자)가 되더라는 고발이다. 부모 스스로 속아넘어간 사기극을 까발린다.

그럼 어쩌랴. 아이들은 맨몸으로 가난에서 시작하고 실패부터 겪어보고 배신당하면서 배우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그걸 두려워 말아야 한다. 부모는 ‘오냐오냐’ 그만두고 용돈이나 명품 사줘서 자녀를 붙드는 사기극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정말 할 수 있을까. 두 권의 책은 행복해지려면 진짜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한다.‘휴대폰을 가진 원숭이’에게 ‘너, 외롭구나’라고 말하면서 제대로 야단치는 어른이 되라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해지려면 말이다.

김종휘(하자 작업장 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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