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천재돼지 프란시스 베이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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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돼지 프란시스 베이컨』
스티븐 미즈데이 지음, 김흥숙 옮김, 김수자 그림, 파란자전거,232쪽,7800원

동화책에는 수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동물들이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처럼 생각하는지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없다. 어디까지나 ‘동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돼지 ‘프란시스 베이컨’은 좀 특별하다. 한 생명공학자가 뇌종양에 걸린 아들 헨리를 살리기 위해 유전자를 복제, 인간의 뇌를 가진 돼지로 탄생했다. 복제된 뇌를 아들에게 이식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 이식용 돼지를 대량 생산해 돈을 벌려는 ‘천재 유전자 회사’도 개입한다. 죽을 운명에 처한 프란시스는 소녀 루시의 도움으로 우리를 탈출한다. 추격끝에 프란시스는 결국 헨리를 살리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병원으로 향한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과 윤리의 갈등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동화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기복제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찬사를 보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인간도 돼지도 아닌’프란시스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과학이 불러올 수 있는 혼란스런 상황을 현실감있게 전하고, 다른 한편으론 다시 살아난 헨리를 통해 과학의 유용성도 보여준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우상’의 타파를 통한 과학적 사고의 가능성을 열었다. 중세와 근대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대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을 그의 이름을 또다른 시대의 상징인‘복제용 돼지’에 붙인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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