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산원 '눈먼' 연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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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구장려금을 연구와는 무관한 운전기사에게 주고, 인건비가 남는다는 이유로 전산원에선 급여에 웃돈을 얹어주고, 퇴직한 연구원을 인사위원회의 과반수 찬성도 얻지 않고 3개월 만에 다시 편법으로 고용하고….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하반기 한국전산원을 상대로 실시한 내부감사 결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6일 공개한 감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산원 운영실태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한국전산원은 2002년 7월부터 2003년 1월까지 7개월 동안 경상운영비, 임대사무실 건물관리비 등 3억3000만원을 연구장려금 지급 명목으로 썼다. 이 가운데 3400만원은 24명에게 지급됐는데 이들 중엔 연구와는 무관한 전산원장의 비서.운전기사.총무부 직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화지원단장은 근무성적이 최상위인 4명의 연구원에겐 연구장려금을 주지 않은 반면 성적이 최하위인 2명에겐 장려금을 줬다. 전산원에선 인건비가 남을 것 같자 규정을 바꿔 급여를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그래서 보직자의 경우 전년도 임금에 비해 18.9~33.6%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위원회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는데도 퇴직한 직원을 3개월 만에 다시 고용한 경우도 있었다. 차세대 인터넷 응용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잘못 쓴 점수(75점을 79점으로)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바람에 특정업체가 혜택을 봤지만 이 업체는 1년 만에 경영난을 이유로 연구사업을 포기한 일도 발생했다.

모 연구원은 퇴직한 동료의 소개로 전산원과 관련된 특정업체의 미등록 주식을 싸게 샀다가 팔아 15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 회사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산원에서 지원하는 정보화 근로사업 등 8개 사업(113억3000여만원어치)을 맡았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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