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도 귀상어 출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서해와 남해뿐만 아니라 ‘고래의 고향’인 동해바다 울산까지 상어가 출현했다. 14일 오후 3시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앞 4㎞ 해상에서 몸 길이 3m, 무게 200여㎏의 귀상어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어 있는 것을 조업 중이던 어선 선장 임모(51)씨가 발견해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포경이 이뤄졌고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포경항이 들어서 ‘고래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식인상어의 일종인 귀상어가 울산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열대와 온대 해역에 주로 분포하는 귀상어는 최근 백상아리와 청상아리와 함께 국내 연안에 출현하는 종으로, 무리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고 성격이 난폭해 사람을 공격한다.

앞서 서해안과 남해안에도 상어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8일 오후 10시10분쯤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마시란 해변 갯벌에선 길이 5.5m, 무게 1t의 백상아리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인천에서는 1998년 먼바다인 덕적도 해상에서 백상아리가 한 차례 발견됐으나 연근해에서 나타나기는 처음이었다. 지난달 말에는 경남 거제도의 한 해수욕장 인근에서 귀상어 2마리가 나타나 피서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월에는 동해시 앞바다에서 백상아리 2마리가 잡혔다.

울산해경은 최근 바닷물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그동안 서·남해에 비해 수온이 낮았던 동해까지 난류성 어류인 상어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경비함정의 연안 순찰을 강화해 상어 출현 여부를 살피는 한편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과 지역 어민에게 상어 출현 가능성을 알릴 것을 각 파출소와 출장소에 긴급 지시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수욕을 할 때 피가 흐르는 상태로 물에 들어가지 말고 상어의 주의를 끌 수 있는 화려한 수영복 착용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어민도 조업 시 어류가 갑자기 떼를 지어 이동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