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커진 주주들…유럽 최고경영자들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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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익감소와 주가하락에 반발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럽 대형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CEO들은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의 압력에 밀려 이미 사임했거나 퇴진요구을 받고 있으며, 최근의 잇단 구조조정에서도 주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지니스위크 최신호가 전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통신장비회사인 알카텔의 세르즈 튀릭 회장은 지난 9일 국제투자자들과의 모임에서 "순익이 예상보다 낮을 것 같다" 고 말했다가 이날 주가가 38%나 하락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제소당했다.

주가하락 비난에 시달려온 이탈리아 텔레콤의 지안 마리아 로시그놀로 회장과 신흥시장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은 스위스의 소시에테 제너럴 데 서베일런스사의 엘리자베스 살리나 아모리니 회장은 최근 회사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4일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1백억달러 규모의 사업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독일의 대표적 기업 지멘스와 프랑스 제약회사 론플랑과 합병을 추진중인 화학회사 훽스트의 구조조정은 주주들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3월 총 4백20억달러의 15개 네덜란드 연금들은 팀을 구성, 자국의 대표적 기업인 전자회사 필립스에 대한 현황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필립스에 수익감소에 대한 비난과 함께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한편 경영책임을 물어 코르넬리우스 분스트라 회장에게 사임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필립스는 지난 17일 전세계 공장 2백30개 가운데 3분의1을 4년내 폐쇄한다고 발표했었다.

올초에 비해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진 영국항공의 투자자들 또한 최고경영자 로버트 에일링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진 압력을 가하고 있다.

96년 17억달러의 돈을 빌려 영국의 트라팔가 하우스사를 인수한 후 주가가 64.70달러에서 최근 10달러선으로 떨어진 노르웨이의 크베르너사의 최고경영자 에릭 톤세스도 지난달 14일 물러나야만 했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 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자본 유입이 늘어나고, 내년 1월부터 유럽통화동맹 (EMU) 국가내 모든 기업의 주식이 유로화로 평가되면 (다른 기업과의 비교가 쉬워지면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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