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지하세계 '이방인'음모그린 SF'다크시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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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내달 5일 개봉하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다크시티' 는 SF적인 상상력과 시각적 스타일 면에서 한동안 부진했던 할리우드 SF영화의 공백을 메울 만큼의 깊이를 가진 수작이다.

지구인도 외계인도 아닌 '이방인 (strangers)' 이라 불리우는 제3의 종족이 '다크시티' 를 지배한다.

중절모에 검은 옷을 걸친 이들은 뛰어난 염력을 갖고 있다.

도시 전체를 순식간에 허물었다 다시 세울 만큼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이들은 특히 인간들이 원래 지니고 있던 기억을 없애고 새것으로 바꿔치기 하는데 몰두한다.

사연인즉 멸종 위기에 처한 이들은 인간의 원래 기억을 빼내 자신들의 뇌에 주입함으로써 절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기억을 강탈당하지 않은 존 머독 (루퍼스 스웰) 이 자신을 쫓는 수사관 범스테드 (윌리엄 허트) 와 정신과 의사 슈레버 (키퍼 서덜랜드) 를 설득해 이방인의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이 긴박하다.

'다크시티' 는 인간의 본질을 두뇌 (기억)에서 찾는 이방인들의 오판을 통해 우리에게 다층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기억은 무엇을 근거로 참이라 말할 수 있는가.

혹 인간의 기억이란 나아가 인간의 역사란 환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 영화는 주인공이 아닌 어린시절 놀던 해변에서 아내 에마 (제니퍼 코넬리) 를 재회하는 낙관적이고 밝은 장면으로 끝나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들에게는 이방인의 거쳐였던 지하세계 같은 암울한 기분이 악몽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12월5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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