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인들 많은데 한국선 왜 무관심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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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세계 한인입양인 대회를 취재 중인 벨기에 국영방송(RTBF) 취재진. [김춘식 기자]

"벨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인 입양인 한 명쯤은 알고 있어요."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한인입양인 대회를 취재하러 온 벨기에 국영방송(RTBF)의 실비 데케누아(40.여)기자는 벨기에의 활발한 입양 실태를 이렇게 소개했다. 벨기에에는 2만명 가까운 해외 입양인이 살고 있다. 이 중 한국 출신이 5000여명에 이른다는 것. 데케누아의 남동생도 1971년 입양된 한국인이다.

그는 "벨기에에는 입양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면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입양아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그는 "벨기에에선 한인 입양인들을 한국인으로 보고, 한국에선 이들을 벨기에 사람으로 보는 현실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솔직히 한인 해외 입양인이 왜 그리 많은지 궁금했어요.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이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고요."

입양인 두 명이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그는 "입양인들에 대해 좀 더 따뜻한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벨기에.호주의 5개 언론사 소속 10여명의 해외 언론인이 참가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쟁이 오래전에 끝났는데 아직도 해외 입양인이 많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5일 개막식에서 한인 해외 입양의 역사를 소개하는 비디오를 보고 입양인들이 눈물을 흘리자, 외국 취재진은 "입양인들이 조국에 대해 이렇게 절박한 감정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고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입양인 다큐멘터리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전쟁부터 한국의 산업화, 미혼모 문제 등을 고려해 왜 한인 입양인이 이렇게 많은지 냉정하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미국 공영방송(PBS)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프리랜서인 디앤 볼세이 리엠(40.여)은 "한국의 해외입양을 역사적.현실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덟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입양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고 입양인 대부분도 입양된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우 기자, 김미배 인턴기자<blast@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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