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동물 누구에 어떻게 팔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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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야생동물 밀렵과 밀거래가 기승을 부려 천연기념물인 사향노루.산양.수달은 물론 굼벵이.두더지.구렁이 등 혐오 종 (種) 까지 마구잡이로 수난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멸종위기 및 보호 야생동물은 반달가슴곰.수달.하늘다람쥐 등 17종, 조류는 검독수리.두루미.흑고니 등 59종으로 해마다 마릿수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 거래 = 밀렵꾼들은 대부분 중간 브로커와 손잡고 밀거래한다.

밀렵꾼으로부터 야생동물을 넘겨받은 브로커들은 경동시장.모란시장.제천 약령시장.대구 약령시장 등 약제 전문상가와 보신건강원.박제 (剝製) 상가 등에 팔아넘긴다.

밀렵꾼은 최종 소비자가격 기준의 40%, 유통업자는 60% 정도를 챙긴다.

포획된 야생동물들은 대부분 냉동상태로 보관되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는 경우가 많다.

상인들은 일부 부유층 명단을 확보해 거래하며, 전국 1만7천여개 건강원 중 90%는 야생동물을 중탕으로 만들어 파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원을 통해 거래되는 야생동물 규모만도 1천5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 문제점 =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져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

경동시장 H상회 직원은 "주로 단골과 거래를 트고 낯선 손님은 신원을 파악한 뒤 팔기 때문에 단속에 걸릴 염려가 없다" 고 털어놓았다.

전염병에 걸리거나 체내에 독극물이 잔류해 있는 동물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 동물구조협회가 경동시장에서 압수한 1백마리의 야생오리 중 4마리를 부검한 결과 모두 독극물에 의해 폐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에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된 동물도 상당수 발견됐다.

◇ 대책 = 환경부는 이달부터 산림청.경찰과 공동으로 겨울철 밀렵행위 집중단속에 나섰으며 대검도 최근 전국 검찰에 밀렵꾼을 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밀렵꾼은 현지인이 많은 데다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해 검거 실적은 미미한 실정.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에는 밀렵하다 걸리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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