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 옴부즈맨칼럼]용두사미식 '유성우'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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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일 새벽 동쪽 밤 하늘에서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관을 이룰 것이라는 매스컴의 일관된 보도에 너 나 할 것없이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3년의 주기 (周期) 를 갖는 템펠 - 터틀혜성이 뿌리는 이른바 유성우 (流星雨) 현상은 이번이 금세기 (今世紀) 의 마지막을 장식할 뿐더러 지난 66년 북미 (北美) 지역에서 관측됐던 유성우 현상처럼 수만에서 수십만개에 이르는 별똥별이 쏟아진다면 그것은 '우주쇼' 의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예부터 우리의 생각 속에 스며 온 해와 달, 그리고 별에 대한 '믿음' 은 특히 별자리와 별의 움직임에 인간의 길흉 (吉凶) 과 생사 (生死) 까지 연관지어 왔던 터라 유성우 현상에 대한 관심은 어떤 의미에서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것이었다고 하겠다.

점성술 (占星術) 이 발달한 서양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심지어 별의 움직임에 나라의 운명까지 연관시켜 예측했던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번 템펠 - 터틀혜성에 의한 유성우 현상의 역사적인 기록은 중국의 경우 이미 10세기초에 관측됐다고 한다.

그리고 유성과 큰 인물의 운명, 나아가서는 나라의 운명을 연관지은 사례로는 중국의 삼국시대에 촉 (蜀) 의 명재상 제갈공명 (諸葛孔明) 이 죽을 때 나타난 유성우 현상이 대표적인 것으로 손꼽힌다.

물론 유성우 현상이 반드시 어떤 비극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와 시속 (時俗) 의 차이에 따라 그것은 행운의 상징으로도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의 '우주쇼' 에 대한 지대했던 일반의 관심은 '행운' 을 별 속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런 호기심이나 기대와는 달리 '33년만의 최대의 우주쇼' 는 펼쳐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스컴의 보도들은 한결같이 '짤막한 것' 으로 끝나 버렸다.

심지어 일부 신문에선 사진조차 1단짜리로 쓰면서 아예 토막기사 다루듯 취급하고 말았다.

예측된 것이나 예고된 것이 기대치 (期待値)에 미치지 못했을 때 그것을 짤막한 사실보도로 마무리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예측 또는 예고기사가 엄청나게 큰 것이었던 데 비해 결과적인 사실보도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짧은 몇줄의 문장만으로 처리됐다는 것은 독자의 처지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예측과 결과가 '왜' 빗나갔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번의 '별똥별 잔치' 는 우리나라 상공에선 비록 별볼일없는 실망스런 것으로 끝났지만 아프리카 북서 (北西) 의 스페인령 (領) 카나리아군도 (群島)에선 1시간에 2천개가 넘는 '유성우' 로 장관을 이루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장관을 이룬 유성우의 사진을 게재한 신문이 없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비록 우리나라 상공의 것일지라도 유성이 큰 불꽃덩어리로 화두 (火頭) 와 꼬리를 그리면서 떨어지는 광경을 사진으로 보도하는 것이 정도 (正道) 이거늘 해외의 것이라고 해서 금세기의 '마지막 장관' 을 외면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다.

카나리아군도에서 벌어졌던 '우주쇼' 는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 시간으로 17일 낮의 일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유성우 현상에 대한 예측에 무려 16시간의 오차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데 이에 대한 분석과 풀이가 신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미항공우주국 (NASA) 은 17일부터 유성우 현상과 외계 (外界) 생명체의 연관 흔적을 찾기 위해 관측비행기까지 동원했다는 소식인데 그것조차도 신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규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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