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자신감 … 미 ‘출구’ 앞에 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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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출구(exit)가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이 돈 푸는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금리는 제로에 가까운 0~0.25%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2일(현지시간) 이틀간 회의를 끝내고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FRB가 그동안 풀어 온 돈줄을 죄기 시작하는 ‘출구전략’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RB는 이날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제로에 가까운) 현행 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FRB가 시중에서 애초 9월까지 300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기로 한 정책은 한 달 늦춰 10월까지 집행하기로 했다. 돈을 천천히 풀기로 한 것이다.

FOMC는 “지난 6월 이후 경제 활동이 안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시장 여건이 최근 몇 주에 걸쳐 더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경기에 대한 FOMC의 언급 가운데 가장 긍정적이다. 이날 FOMC 발표 이후 뉴욕 다우지수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FOMC의 성명은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제로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각종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금리를 올릴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무한대로 풀어 온 돈줄은 서서히 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에 대한 FOMC의 평가가 이전에 비해 훨씬 낙관적으로 바뀐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 발표된 각종 지표도 FOMC의 성명을 뒷받침했다. 미국 수입이 11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이 늘어난 것은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의 2분기 집값이 떨어지긴 했으나 거래가 늘었다는 소식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3일 발표된 유럽 경제지표도 좋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두 나라 모두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하지만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FOMC도 이날 성명에서 “가계 소비가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계속되는 실직과 소득 감소, 대출 환경 악화로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인 지표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당장 금리를 올리면 실직자나 저소득층의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출구전략=금융위기로 경기가 급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취했던 비정상적인 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 핵심은 정책금리 인상이지만 시중에 풀었던 자금을 환수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출구전략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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