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된 유씨 고향집 부모 “집에 오면 따뜻한 밥 지어 줘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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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씨 부모가 13일 경남 고성군 덕촌마을 자택에서 아들의 석방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을 텐테….” 13일 오후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덕촌마을의 집에서 아들 성진(44)씨의 석방 소식을 TV를 통해 접한 아버지 유응용(74)·어머니 류정리(68)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부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아들이 풀려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줄곧 TV 뉴스를 지켜보며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덕촌마을은 고성읍에서 10여㎞ 떨어져 있는 전형적 농촌마을이다. 87가구가 살며 유씨와 백씨가 많이 사는 동네다. 벼농사 대여섯 마지기를 지으며 살아온 유씨 부부는 슬하에 3남2녀를 두고 있다. 성진씨는 둘째다.

어머니 류씨는 “돌아오면 따뜻한 밥이나 지어서 같이 묵어야지”라며 잃었던 자식을 되찾은 양 기뻐했다. 아버지는 “빨리 아들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노환과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상태다.

유씨 부부는 “자식이 북한에 잡혀 있는 줄도 몰랐다가 한 달쯤 뒤 큰아들(47)로부터 소식을 들었다”며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몸도 안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또 “부산에서 방을 얻어 보일러 회사에 다닌다고 해 그런 줄 알고 있었고, 소식이 없어도 잘 지내는 줄 알라고 해 그렇게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유씨 부부의 집에는 이웃에 사는 유씨의 동생 응명(72)씨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응명씨는 “마을회관에서 방송 자막을 보고 급히 형 집으로 달려와 소식을 전했고, 큰조카도 석방 소식을 전화로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TV를 보다 성진씨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된 7~8명의 주민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장 백남겸(63)씨는 “성진이의 억류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가슴을 많이 졸였다”며 “늦게나마 풀려나서 다행이고 주민들이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성진씨의 형(평택 거주)은 이날 오후 “동생을 마중하러 가니 다음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성진씨는 고성군에서 초·중학교를 거쳐 고교(철성고교)를 졸업했다. 졸업 뒤에는 부산에서 어선을 타기도 했으며 건설회사에 취직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로 배관과 보일러 기술자로 일해왔다고 한다. 아직 미혼이다.

성진씨는 고교 졸업 직후부터 부산시 해운대구·북구·부산진구 등 여러 곳을 옮겨다녔다. 1989년에는 경남 사천군 용현면에 주소를 뒀다가 90년부터 다시 부산에 거주한 것으로 돼 있다. 92년 8월엔 고향으로 주소를 옮겨 주민등록상으로는 지금까지 이곳에 사는 것으로 돼 있다. 성진씨의 삼촌 응명씨는 “성진이가 부모에게 가끔 소식을 전했으며, 현대에 근무하면서 외국에도 오갔다”고 전했다.

고성=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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