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예쁜 손글씨에 자신감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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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천안점 문화센터 예쁜 손글씨 강좌 김남순 강사가 자신이 직접 만든 하트 모양의 POP글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조영회 기자]

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문화센터만큼 친근한 공간이 없다. 누구나 문화센터에서 한 두 개의 강좌를 수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화센터 강좌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강사’다. 각 문화센터가 추천하는 ‘스타강사’를 찾아 인기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로망이기도 하다. 글씨를 예쁘게 쓴다는 건 돈을 주고도 못 사는 능력이고 자랑거리다. 더군다나 그냥 예쁜 글씨가 아니라 사람들이 눈길을 ‘훅~’ 잡을만한 모양의 글씨라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글씨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동아리도 만들어 취미생활로 즐긴다. 솜씨가 늘면 창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글씨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30분 이마트 천안점 문화센터 강의실에 ‘POP 예쁜 손글씨 쓰기’ 수강생 20여 명이 모였다. 하얀색 스티로폼과 물감, 붓, 도화지를 준비해온 수강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상에 앉아 글씨를 썼다. 흔히 글씨는 쓴다고 표현하지만 여기선 썼다기보다는 그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했다. 김남순(41·여) 강사의 지도에 따라 수강생별로 과제가 주어졌다. 아이들 방에 붙일 하트 모양의 글씨와 커피전문점의 투명한 유리창에 붙일 메뉴, 영화관 출입안내까지 다양한 모양의 글씨가 완성됐다. 간단한 재료만으로 당장 진열장에 놓고 팔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상품이 만들어졌다. 김 강사의 열정으로 개강 1년 만에 이마트는 물론 천안지역 문화센터의 대표강좌로 자리잡은 ‘POP 예쁜 손글씨 쓰기’ 강좌. 김 강사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예쁜 손글씨는 무엇인가.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다. 자신감과도 직결된다. 여기선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것보다는 어떻게 예쁘게 쓰느냐를 가르친다. 예쁜 글씨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집과 학교, 직장, 동호회, 모임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배우고 나면 언제 어디서든 활용이 가능하다.”

-이마트 천안점과의 인연은.

“지난해 9월 문화센터가 문을 열 때 ‘강좌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비록 첫 개설되는 강좌였지만 천안과 아산에서 이마트 천안점 문화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인지도가 높다고 판단해 두 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강좌가 개설될 때 마감 전에 등록이 다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손 글씨에 대한 관심도 높았겠지만 이마트에 대한 신뢰도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앞으로도 인연을 오래 맺고 싶다.”

-수강생들의 구성은.

“오전엔 주로 주부들이 많이 온다. 유치원과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가장 편한 시간이 오전이다. 간혹 놀이방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는 분들도 오신다. 제과점이나 휴대전화대리점, 화원, 주유소,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수강을 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도 있다. 요즘은 손 글씨가 가정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가·점포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저녁시간엔 초등학교 교사나 직장인, 맞벌이 주부들이 강좌를 듣는다.”

-쉽게 배울 수 있나.

“보통 2학기(6개월 정도)만 수강하면 기본적인 수준은 가능하다. 미술에 소질이 없어도 된다. 초급이 12주, 중급이 12주인데 초급 때는 기본기를 주로 배우고 중급 때는 활용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고급반이나 창업반을 수강해도 되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 중급 정도면 된다. 수강생들 중엔 중급 과정만 2~3번 듣는 경우도 있다. 또 매 학기 수업내용을 달리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강의를 듣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강사 외에 다른 활동은.

“현재 한국예쁜손글씨협회 부회장과 충남지부장을 맡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데 주변에서 맡아달라는 요청을 계속해와 맡게 됐다. 이마트 천안점 말고도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조금 먼 지역이지만 서산 서부평생학습관에서도 가르친다. 초·중·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수업도 한다. 과거에는 환경미화가 단순한 작업에 그쳤지만 요즘은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한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수요가 높은 게 예쁜 손글씨다. 또 하나 중요한 일은 후배강사를 기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6명의 강사를 배출했고 이들이 충남지역의 6개 학습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예쁜 손글씨 전망은.

“요즘은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시대다. 갈수록 그런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획일적이고 똑 같은 것은 외면을 받는다. DIY(스스로 만들고 수리하는 것)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은 개념이다. 손글씨는 100% 수작업이다. 그 만큼 손길과 정성이 많이 담긴다는 의미다. 처음 배울 때 독학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강좌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손글씨는 피아노를 배우는 것과 같다. 연습량, 반복되는 회수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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